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14일 자 1~2면에 ‘코로나 위기와 세계’ 기획보도를 시작했다. 그 첫 번째 기사의 제목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리더의 부재.’ 이 신문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 기사를 톱 기사로 올리면서 “(코로나) 감염이 미국의 세기(世紀) 끝냈다”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달기도 했다.

아사히 신문이 14일 1~2면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특집기사를 게재하면서 "코로나 사태로 미국의 세기는 끝났다"고 보도했다.

◇부시, 오바마 정권은 세계적 보건위기에 적극 대응

아사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사태에서도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주장,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며 국제사회의 위기에 눈을 감은 것은 미국의 전통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3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에이즈 대책으로 세계 최대의 '건강 이니셔티브' 정책을 주창하고 나섰다. 미국은 여기에 800억 달러를 투입해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약 1300만 명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여겨진다.
2014년 버락 오바마 정권은 서아프리카에서의 에볼라 출혈열 사태에 대한 대응을 위해 국제회의를 미국에서 개최했다. 당시 감염국 지원을 위해 3000명 규모의 미군 부대를 현지에 파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이 확인된 이후에도 “4월에 날씨가 조금만 따뜻해지면 바이러스는 기적적으로 사라진다”는 등의 낙관적인 발언만 쏟아냈다. 그 배경에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의 재선을 위해 자국의 경제 활동을 중시한다는 방침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의 전통을 지켜가며 국제적 리더십을 보이려는 모습이 전혀 없었다. 인류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코로나 사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변함이 없다는 게 아사히 비판의 요지다.

◇트럼프, 미 CDC의 국제 보건분야 역할 축소

아사히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 질병대책본부(CDC)의 국제적 역할 축소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세계 최고의 보건기관으로 꼽히는 CDC는 "국경에 도달하기 전에 질병과 싸운다"는 것을 사명 중 하나로 갖고 있다. 전 세계 각지에 의사나 연구자 등 1만 4000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다. "미국의 안전 보장을 위해서, 온 세상의 새로운 병원체나 질병에 대응한다"는 것이 그 목표다.
CDC는 미국의 행정기관이지만 그동안 세계 60개국 이상에 직원을 파견해 국제사회의 보건 증진에 기여해왔다. 2002년 사스(SARS)가 중국을 강타했을 때 미국이 CDC 전문가 40명을 현지에 보내 지원한 것을 계기로 양국 간 협력도 가속화됐다. 2013년 H7N9형의 인플루엔자가 중국에서 발생하자 미·중이 공동 연구를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국제 보건 분야는 홀대받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CDC 예산을 절감하려 했다. 에볼라 출혈열 대책의 교훈 차원에서 만들어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팬데믹 전담팀도 2018년 해체됐다.
중국판 CDC에 파견돼 있던 미국 전문가 자리는 지난해 7월부터 공석이다. 미국은 올해 초 중국측으로부터 우한 폐렴 집단발생을 통보받고 (뒤늦게) 전문가 파견을 신청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토머스 프리든 전 CDC 소장은 로이터 통신에 "트럼프 행정부의 메시지는 '중국에 협조하지 말라. 그들은 적이다'라는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G7 화상 정상회의도 미국이 아니라 프랑스가 주도

아사히 신문은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미국은) 이미 세계의 리더가 아니다"라고 선언하듯이 기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내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경제 상황 악화가 심각해지자 3월 중순 중국에 대한 책임 추궁에 나섰을 뿐 국제적 공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G7 정상 화상회의를 제안한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었다. 이 회의에서 미국은 바이러스의 기원은 중국에 있다는 표기를 고집해 공동성명 채택은 무산됐다. 미국의 에런 밀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세계적 위기에서)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발휘하지 않으려는 첫 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게 중국이다. 이번 사태의 발생지이면서도 중국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이 신문의 분석이다. 중국이 '다국(多國)주의 수호자' 입장을 내세우면서 의사단의 파견이나 마스크 제공 등 국제 공조를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