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때 오해 살 만한 일 하지 말라"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총선 기간 활동을 두고 정치권에선 "결국 여당의 '코로나 선방론' 맨 앞에 대통령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확진자 1만명, 사망자 200명이 넘는 국면에서도 '코로나 방역 선진국'을 내세우며 여권을 측면 지원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금 우리가 치르고 있는 선거도 국제사회의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 규모의 치열한 선거를 치러내면서도 방역 성과를 잘 유지할 수 있다면 정상적인 사회 시스템과 일상 활동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국제사회에 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방역 선진국'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방역 성과가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으며 국가적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투명성·개방성·민주성 원칙과 선진적 방역 기법은 국제 표준이 되고 있고, 진단키트 등 '메이드 인 코리아' 방역 물품 수출이 급증하면서 방역 한류 바람도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선방론'을 재확인하며 국제사회가 한국 총선을 주목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다만 "가장 큰 걱정이 고용 문제"라며 "지금은 고통의 시작일지 모른다. 특단의 대책을 실기하지 않고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이어 "IMF 위기 때 많은 일자리를 잃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연초부터 "총선과 관련해 청와대가 오해 살 만한 일을 해선 안 된다"며 참모들에게 '선거와의 거리 두기'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예년에 비해 확연히 늘어난 문 대통령의 3~4월 현장 방문 일정을 놓고 정치권에선 총선 측면 지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총 9차례, 이달 들어선 13일까지 총 7차례 외부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1일 경북 구미산단 방문을 시작으로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 강원 강릉 식목 행사(5일), 인천공항 검역 현장 방문(7일) 등 이틀에 한 번꼴로 이어졌다. 청와대는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역 주민 수십명과 밀착해 찍은 단체 사진 등을 놓고 '사회적 거리 두기 취지와는 안 맞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 후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로테이 체링 부탄 총리와 잇따라 통화했다. 청와대는 "상대국 요청으로 이뤄진 통화로, (상대국이)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칭찬하며 진단키트 등 방역 물품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자 '코로나 선방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경북 구미에서 "세계 여러 나라 지도자, 언론은 대한민국의 대처가 모범적이고 잘한다고 한다"며 "코로나 극복에 필요한 만큼의 안정적 의석을 달라고 호소드린다"고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충북 청주를 찾아 "이번 총선은 코로나19를 빨리 종식하는 적임자를 뽑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총선 이후 핵심 국정과제 추진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음 달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3주년에 즈음해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될 경우, 핵심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