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공장들이 속속 휴업에 들어가고 있다. 북미·유럽 등 자동차 핵심 수출국 경제가 코로나 확산으로 사실상 마비되면서 자동차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23일부터 일주일간 국내 공장 3곳의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현대차도 비슷한 이유로 공장 일부 생산라인을 세워 생산량을 줄일 예정이다. 현대·기아차가 해외 수요 부진 탓에 국내 공장을 가동 중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코로나로 인한 '수출 절벽'에 직면한 것이다.

기아차는 "경기 광명 소하리1·2공장과 광주 2공장을 오는 23~29일 가동 중단하는 계획을 지난 10일 기아차 노조에 전했다"고 12일 밝혔다. 기아차 소하리 1공장에선 카니발·스팅어·K9을, 2공장에선 프라이드·스토닉을, 광주2공장에선 스포티지·쏘울을 생산한다. 대부분 수출 비중이 높은 모델들이다. 이번에 휴업하면 2만대 정도의 생산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관계자는 "국내 공장 9곳 중 수출 비중이 높은 3곳만 일단 생산 중단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이번 주 중 휴무 일정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도 13~17일 투싼의 해외 수출 물량을 생산하는 울산 5공장 2라인을 가동 중단한다. 앞서 기아차의 경차 모델인 모닝·레이를 위탁 생산하는 동희오토는 지난 6일부터 셧다운에 돌입한 상태다. 쌍용차는 부품 수급 차질로 평택 공장 1·3라인을 일주일에 한 번씩 쉬는 순환 휴업을 하고 있다. 업계에선 "수요 감소에 따른 생산량 조절 필요성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 르노삼성·한국GM 등도 수출 의존도가 절반 이상으로 높은 만큼 추후 휴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현재 북미·유럽·인도 등은 코로나 확산 우려에 따른 이동 제한 조치로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 급감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완성차 업계엔 치명적이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생산의 60%가 해외 수출 물량이다. 르노삼성도 수출 비중이 절반 이상이고, 한국GM은 작년 국내서 생산한 41만대 중 34만대(83%)를 해외로 수출했다. 내수 시장이 아무리 잘 받쳐주더라도 수출 없인 적자가 불가피한 구조다. 쌍용차는 내수 판매도 부진한 데다 해외 수출까지 막혀 생사(生死)의 기로에 서 있다.

이미 지난달 국내 완성차 5사의 해외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0.9% 줄었는데, 이달엔 감소 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이달 미국 자동차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80%가량 급감할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당분간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