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인 12일 전국의 교회와 성당은 대부분 온라인 예배와 미사를 드리며 예수 부활의 의미를 새겼다. 올해 부활절엔 온라인뿐 아니라 주차장에서 자동차에 탄 채 예배를 드리는 '드라이브 인 예배'와 신자들의 사진을 의자에 붙인 '사진 예배'도 등장했다.

할머니·손자 함께 온라인 미사 -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에서 한 할머니와 손자가 성경책을 펼쳐두고 가톨릭평화방송에서 생중계되는 부활절 대축일 미사를 보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는 이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제주교구를 제외한 전국 교구에서 부활절 미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이날 서울 명동성당과 여의도순복음교회 등은 온라인으로 미사와 예배를 드렸다. 대부분 천주교 교구가 현장 미사를 중단한 가운데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온라인 미사 강론을 통해 "주님은 우리가 서로에게, 특히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기를 원하신다"며 "고통과 고난의 삶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지펴가는 데에 마음과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서울 온누리교회는 양재동의 한 주차장을 이용해 '드라이브 인 예배'를 드렸다. 이날 오전 9시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250대씩 사전 예약한 신자들은 자동차 안에서 라디오 주파수에 맞춰 예배를 드렸다. 지난달 서울 중랑구 서울씨티교회에서 첫선을 보인 드라이브 인 예배 형식은 부활절을 맞아 더욱 확산한 모습이었다.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는 신자 3000여 명의 사진을 본당 의자에 붙여둔 채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교회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도 새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현장 예배가 중단되면서 '부활절 달걀 나눔'도 사라진 상황에서 경기 죽전 새에덴교회는 양계장을 운영하는 한 교인이 기증한 달걀 4만개를 교인들이 아닌 지역의 독거노인과 장애인 시설 등 소외 계층에 나눴다. '나라를 위한 기도모임-말씀과 순명'은 서울 성락성결교회 등 전국 교회 85곳이 참여해 부활주일부터 5월 말까지 50일간 지역 경제를 돕는 '공감소비운동'을 펼친다. 부활절 헌금으로 지역 상품권을 구입하고 다시 신자들에게 배포해 지역 상가와 전통시장 등에서 사용하도록 해 지역 경제를 다시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서울 소망교회도 '소통·나눔·기도'를 줄인 '소나기' 운동을 통해 신자들에게 상자를 나눠주고 상자 안에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물품을 모으기로 했다. 광림교회도 21일과 5월 12일 교인들과 함께 광장시장, 금남시장, 영동시장 등을 방문해 물건을 구매하는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교인 대신 교인 사진… 코로나 시대 부활절 예배 - 부활절인 1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소망교회에서 김태근(왼쪽) 담임목사가 교회 신자들이 보내온 사진을 예배당 신자석에 붙여두고 온라인으로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이 교회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을 준수하기 위해 지난 2월 27일부터 모든 예배를 온라인으로 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와 각 구청은 사랑제일교회·금란교회·연세중앙교회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형교회 24곳에 현장 점검을 나갔다. 특히 집회 금지 명령이 내려진 사랑제일교회에서는 1200명 정도가 모여 예배를 진행했다. 이날 서울시와 성북구청 관계자 등 100여 명이 교회 내부 단속에 나섰으나 교회 측 반발로 들어가지 못했다. 교회 관계자는 "손 세정제 사용과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입구에서부터 발열 체크를 하고 있어 클럽이나 술집보다 안전하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회가 금지 명령 기간에 예배를 진행했기 때문에 추가 고발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며 "내부 진입을 막은 것에 대해서도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