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코로나 사태로 세계 경제가 1930년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불황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다음 주 열리는 춘계 IMF·세계은행(WB) 총회를 앞두고 9일(현지 시각) 사전 배포한 연설 자료에서 "올해 회원국 중 170국 이상의 1인당 소득이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IMF는 3개월 전만 해도 회원국 189국 가운데 160국 이상의 1인당 소득이 증가할 것으로 봤다.

IMF는 연초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0.4%포인트 높은 3.3%로 예상했다. 코로나가 중국에서 급격히 확산한 2월 중순에도 코로나 경제 충격을 과소평가해 기존보다 0.1%포인트 내린 3.2%로 전망했다. 그러나 두 달도 안 돼 세계 경제가 급속히 하강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IMF는 오는 14일 화상으로 진행되는 춘계 총회에서 수정된 세계 경제 전망을 발표한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파월 美연준 의장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특히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지역의 신흥 시장과 저소득 국가들이 높은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 두 달 동안 신흥 시장에서 1000억달러(약 122조원) 넘는 자본이 유출됐으며,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시작될 당시의 세 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올 하반기에 코로나 유행이 잦아들어 봉쇄 조치가 점진적으로 해제되더라도 내년도 세계 경제는 부분적 회복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V자형 반등'은 어렵다는 전망이다.

경제학자들 역시 V자형 반등에 대해 회의론을 내놓고 있다. 앞서 케네스 로고프 미 하버드대 교수는 "전 부문에 걸쳐 소규모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피해가 너무 많다"며 V자 반등 가능성을 일축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역시 "가계와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해 파산으로 내몰리는 '금융 정체'가 우려된다"고 했다.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경제가 I자형으로 수직 낙하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코로나 이후 미국 경제가 V자형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화상 연설에서 "코로나가 통제되면 기업은 문을 열고 사람들은 일터로 돌아갈 것"이라며 "강한 경기 회복세를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경제 기반이 탄탄한 상황에서 이번 격변의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향후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이 같은 진단은 그의 전임자인 벤 버냉키·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이 최근 내놓은 전망과 상반된다. 지난달만 해도 V자 반등 가능성을 높게 봤던 버냉키 전 의장은 지난 7일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바꿨다. 옐런 전 의장 역시 "셧다운 기간 경제가 피해를 입을수록 U자형 반등 가능성이 크고, L자형 반등이라는 더 나쁜 결과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2분기 경기 침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필요한 모든 정책 수단을 가동하겠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이날 2조3000억달러(약 2800조원) 규모의 새로운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고, 그동안 매입하지 않던 투기등급 회사채(정크본드)까지 사기로 했다. 경제 매체 CNBC는 "연준이 정크본드까지 쇼핑 리스트에 포함하면서 훨씬 큰 바주카포를 쐈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은 "강한 경제를 되찾기 위한 다리를 놓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며 "경제 폭풍을 잘 헤쳐나가고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궤도에 올라섰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제로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