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 시각)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국제공항의 모습.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망자가 1명에 그치며 비교적 코로나 대응에서 ‘선방’하고 있는 뉴질랜드가 다시 한 번 강력한 코로나 예방을 위한 국토통제 정책에 들어갔다. 미 CNN 방송은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해외에서 입국하는 국민에 대해 14일간 정부간 승인한 장소에 강제 격리하기로 했다고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는 코로나 확진자 1239명을 기록했다. 현재 317명이 퇴원했다. 9일 하루 동안 신규 확진자는 29명이다. 이 중에서 14명만 병원으로 이송됐고 나머지 15명은 경증이라 자가격리 조치됐다.

이 쯤 되면 유럽 국가에서는 이동제한령을 해제하는 것이 맞다. 실제로 덴마크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지 않으면 다음 주부터 이동제한령이 해제될 전망이다. 하지만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이 싸움은 마라톤”이라며 예정된 4월 24일까지 이동금지령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9일 밝혔다. 외신에서는 아던 총리가 이동금지령을 오히려 늘릴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 이유는 작은 섬나라의 이점을 살려 코로나를 아예 뿌리 뽑겠다는 저신다 아던 총리의 ‘강공 드라이브’ 때문이다. 아던 총리는 확진자수가 28명에 불과하던 지난달 19일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어 같은달 23일 전국에 이동금지령을 내렸다. 이 때 확진자가 불과 102명에 불과했고 사망자는 없었다. 하지만 이동금지령을 조기에 해제했다가 유럽 등에서 코로나 환자가 대거 유입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아던 총리의 강력한 통제는 위력을 발휘했다. 뉴질랜드에서는 코로나 확진자 발생이 4월 4~5일 경 정점을 찍었다. 최근 며칠 동안에는 확진자가 하루 20명대로 내려갔다.

뉴질랜드 입장에서는 ‘잃을 것’도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항공산업에 미치는 타격이 한국이나 홍콩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 항공 허브에 비해서는 적다. 또한 인구가 480만명으로 한국의 10분의1에 불과하다. 그에 비해 코로나 검사건수는 5만1165건으로, 인구당 검사건수는 영국(인구 6600만명, 검사건수 20만8837건) 등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많다.

사망자도 1명에 불과하다. 코로나 확진자 중 다수를 해외에서 귀국한 젊은이들이 차지해, 이탈리아 등 고령 확진자의 사망 때문에 골머리를 썩는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상황이었다는 이야기다. 이를 두고 ‘젊은 여행자 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뉴질랜드의 코로나 대처를 두고 지리적 이점, 타이밍, 리더십, 방대한 검사 등이 어우러져 성공한 결과로 봤다. 하지만 뉴질랜드 의료계에서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두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강력한 통제 정책으로 코로나 확산은 잘 막았지만, 장기적으로는 많은 수의 중증 환자를 한 번에 치료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마이클 베이커 오타고대 공공보건학과 교수는 “(아던 총리가 코로나 발생 초기에) 빠르게 음직인 것은 뉴질랜드 내에 중환자실이 다른 국가보다 적기 때문”이라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