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9일 미국 제약업체 '비르 바이오테크놀로지'(이하 비르)로부터 3억6000만달러(약4400억원) 규모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 위탁생산 계약을 수주했다고 10일 공시했다. 이 소식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장중 한때 60만원을 돌파했고, 8만500원(16.82%) 급등한 55만9000원에 마감했다.


이번 수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난해 매출(7015억원)의 63%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상장 이후 최대 계약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업체가 정부 당국의 판매 승인을 받는대로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없앨 항체 치료제 대량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코로나 치료제 위탁 생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비르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치료할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비르는 우한 코로나와 유사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에게서 추출한 항체를 우한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이 업체는 최근 다국적 제약사인 GSK로부터 코로나 항체 치료제와 관련해 2억5000만달러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비르는 코로나 사태 이후 전세계 제약·바이오업체들이 백신·치료제 개발에 나선 가운데 가장 빠른 성과를 내고 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쯤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마치고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받게 될 전망이다. 비르는 최근 치료제 신약 후보 물질 개발을 마치고 조만간 사람에게 주입해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시험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제약사와 비교해도 매우 빠른 속도다. 비르는 FDA로부터 패스트트랙 승인을 받아 임상 시험 기간도 최대 6개월 정도 단축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3공장 바이오리액터 가동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코로나 신약은 '시간 싸움'

비르가 신약 개발 1년 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계약을 맺고 생산 시설을 확보한 것은 코로나 치료제 출시가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바이오 업체들이 코로나 신약을 개발한 이후 생산 시설을 마련하려면 평균 5~6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 때문에 바이오의약품을 전문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CMO(위탁생산업체)에 맡기는 것이다. 바이오의약품은 다른 제조업 분야와 달리 제조 공장을 세운 이후에도 2년 이상 시제품 생산을 통해 정부로부터 의약품 안전성을 검증받아야 양산을 시작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비르 외에도 몇몇 바이오 업체들과 위탁생산 계약을 위한 협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는 먼저 시장에 내놓는 기업이 시장을 가져가는 시간 싸움이기 때문에 대규모 CMO 확보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삼바 3공장, 생산량·수율 세계 최대 규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비르로부터 코로나 치료제의 기술 이전을 받아 대량 생산 준비에 들어간다. 코로나 치료제는 인천 송도의 제3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3공장은 단일 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18만리터(L)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설비로는 최신 시설이기 때문에 생산량 뿐 아니라 수율(투입 원자재 대비 완제품 비율)과 품질에서 경쟁사인 스위스 론자, 독일 베링거인겔하임보다 앞선다는 평가다.

김태한 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첨단 생산시설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받는 전세계 환자들이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치료제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