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차단을 위해 이동 제한령이 내려진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지난 2일 오리들이 세계 최고(最古) 국립극장인 '코미디 프랑세즈' 앞을 지나가고 있다.

"우아, 저기 백조가 있어요. 백조."

지난 7일 파리 에펠탑의 남서쪽 방향에 있는 비르아켐 다리를 걷고 있을 때였다. 근처의 프랑스 초등학생들이 백조 한 마리를 보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200m쯤 떨어진 센강 수면 위에 새하얀 백조 한 마리가 유유히 떠다니고 있었다. 아이들은 "센강에서 백조는 처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파리 인근의 호수에서는 백조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파리 시내의 센강 구간에서 백조를 본 건 파리 근무 2년 만에 처음이다.

갑자기 센강에 백조가 나타난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이는 없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센강을 뒤덮다시피 하던 유람선이 프랑스 정부의 이동 금지령에 따라 일제히 운항을 멈춘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백조뿐이 아니다. 지난주 파리 시내 중심부인 루브르박물관 근처에서 오리들이 유유히 걸어다니는 장면이 포착됐다. 프랑스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유 앞바다에서는 왜가리 무리가 늘어났고, 돌고래 떼도 평소보다 숫자가 늘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런 동물들의 출현에 대해서도 역시 이동 금지령 영향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의 움직임이 갑자기 줄어들면서 동물의 행동 반경에도 변화를 가져왔다는 의미다. 일간 르몽드는 "이동 금지령으로 자연 파괴를 줄인 것이 동물들의 삶이나 생물 다양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했다. 비행기 운항이 큰 폭으로 줄어들어 소음 공해가 감소한 것이 조류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일부 학자는 '착시 효과'일 뿐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평소에도 동물들이 종종 출현했는데, 갑자기 인적이 사라지니 동물만 눈에 확 들어올 뿐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