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업 신라젠 주주·임원들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이 9일 신라젠 대표를 지낸 곽병학·이용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곽·이 전 대표에게는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횡령·배임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두 사람이 항암 후보 물질 '펙사벡'의 임상 실패를 사전에 알고서 보유 중인 주식을 매도해 이득을 챙겼다고 보고 있으며,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코스닥에 입성한 신라젠은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9조8000억원)에 올랐다. 하지만 '펙사벡'의 실패로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수많은 개인 투자자가 피해를 봤다. 하지만 곽·이 전 대표와 문은상 현 대표 등 신라젠 임원들은 총 2515억원에 이르는 신라젠 주식을 미리 팔아 막대한 차익을 얻었다는 것이 금융업계 얘기다.

검찰은 신라젠이 기술특례상장된 경위, 횡령 자금이 여권 인사들에게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쫓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수사를 본격화한 것에는 최근 MBC가 상장 전(前)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수감)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를 서면 인터뷰해 '검·언 유착' 의혹을 제기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MBC는 '채널 A 기자가 윤석열 측근 검사장과 유착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관련 비리를 집요하게 요구했다'는 이철씨 주장을 그대로 전했고 여권 인사들은 이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법조계 인사들은 "검찰은 이를 '수사 방해' '물타기'라고 간주하고 수사 일정을 앞당긴 것 같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신라젠 본사를 압수 수색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신라젠 주주·임원의 비리 외에도 신라젠 초기 투자자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 관련 부분에 대한 수사도 진행해 왔다. VIK는 신라젠이 상장되기 전에 450억여원을 투자했고, 한때 신라젠 미상장 지분 14%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다.

그러나 VIK는 2015년 말 이철 당시 대표 등이 금융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신라젠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VIK는 1주당 3000~5000원대에 사들인 신라젠 주식을 장외시장에서 2만원대에 팔아 수백억원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철 전 대표는 작년 9월 3만명에게서 불법 투자금 7000억원을 모은 금융사기 혐의로 징역 12년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VIK 투자 피해자들은 노사모 출신이자 국민참여당 지역위원장이던 이 전 대표가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실제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이 전 대표에게 6억2900만원을 받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2013년과 2014년 VIK가 신라젠에 투자한 411억원 가운데 36억원의 용처가 모호하다고 보고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VIK 투자자 조합원 명의로 된 'JNC'라는 펀드 계좌에서 신라젠으로 입금된 31억원의 사용처 등이 불확실한 상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