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시장이 코로노미(Coronomy·코로나+이코노미) 쇼크로 혼돈에 빠지면서 재테크 시계(視界)가 불투명해졌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고점 대비 20% 하락했고 주택시장에선 호가 오름세가 한풀 꺾이면서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럴 때 돈의 향방에 민감한 큰손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거액 자산가들과 거래하는 증권사 PB들은 저금리 예금에 방치했던 자금과 환금성이 낮은 부동산 자금이 증시로 대거 이동하는 '머니무브(자금이동)'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족 구성원들이 현금 증여를 통해 실탄을 충분히 확보한 뒤, 모두 다 같이 저평가된 주식 사냥에 나서는 이른바 '패밀리 재테크'도 큰손들 사이에서 나타난 새로운 풍속도다.

◇초부유층의 벚꽃 주식매수, 23배 폭증

한평생 집과 땅 매매로 부(富)를 축적해 온 부동산 거부인 60대 자산가 A씨는 얼마 전 생애 최초로 증권 계좌를 만들었다. A씨는 원래 상업용 부동산 보상 자금 80억원을 투자할 만한 대체 부동산을 물색했지만, 임대수입 감소와 무거워진 세금 등으로 실질 수익률이 보잘것없을 것이라고 판단해 금융자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IMF 외환 위기 당시 20억원을 주고 샀던 부동산이 재개발되면서 200억원에 팔았지만 양도세와 부대비용 등이 많아 최종적으로 손에 쥔 자금은 80억원"이라며 "30년 전 구입한 부동산으로 10배를 벌었지만, 만약 그때 삼성전자 주식을 사놓았다면 10배가 아니라 100배를 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와 같은 부동산 거부들의 현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삼성증권이 9일 자사에 3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맡긴 거액 자산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기준 이들의 주식 순매수 금액은 36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배 증가했다. 큰손들의 개인별 주식 매수 규모는 평균 37억원으로, 1억 미만 작은 손 투자자(7000만원)들과 비교하면 53배 많았다. 큰손들이 사모은 종목은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우선주 포함)가 전체의 54%로 압도적이었다. 삼성전자는 배당 수익률이 연 3% 안팎으로, 괜찮은 빌딩의 임대수익률만큼 나온다며 부동산 부자들이 특히 선호한다고 한다.

박경희 삼성증권 SNI 전략담당 전무는 "30년간 증권업계에서 일했지만 최근 증시로 유입되는 개인 자금 규모와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온 자금과 부동산 처분 자금, 부동산을 신규 매입하려고 대기했던 자금들이 들어오고 있으며, 심지어 퇴직연금도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패밀리 재테크 유행… 빚투(빚내서 투자)는 피해야

초부유층도 올해 예상치 못한 전염병 악재를 만나면서 적잖은 계좌 손실을 봤다. 하지만 주식·펀드 등 위험자산 비중이 높아 위기 상황에 더 속수무책이었던 2008년 금융 위기만큼은 계좌가 무너지지 않았다고 한다.

두 차례 큰 위기를 겪으면서 '과도하게 빠진 자산은 나중에 제값을 찾는다'는 사실을 학습한 큰손들은 증여를 통한 가족 재산 불리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상장사 오너의 지분 증여 문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주식 증여는 통상 증여 시점을 전후로 2개월씩, 총 4개월 동안의 평균 주가에 따라 증여세가 매겨져서 주가가 쌀수록 유리하다. 부모가 자녀에게 현금을 증여한 후에 저평가된 초우량주를 다 함께 같이 사는 '패밀리 재테크'도 유행이다. 전례 없는 글로벌 양적완화로 화폐가치 하락에 대비하는 수단으로 금(金)을 사겠다는 수요도 많다고 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거액 자산가들은 테마주에 부화뇌동해서 단기로 매수하지 않고, 우량한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겠다면서 멀리 내다보고 투자한다"면서 "빚내서 주식 투자를 하거나 현금 비중이 전혀 없게 투자하는 식의 무리한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