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탑

본격 흥행 가도의 시작이다. 지난 8일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 방영된 한미일 합작 애니메이션 ‘신의탑’ 2화가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신의탑 애니메이션 미국 제작사 크런치롤의 홈페이지에는 이날 2화 방영 직후 ‘스토리도 주제곡도 훌륭하다’ ‘1화에 이어 2화에서도 웹툰 원작을 환상적으로 애니메이션화했음을 증명했다’ 등 해외 시청자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신의탑은 시청자 평점에서도 높은 수준인 4.7점(5점 만점)을 받았다.

동명의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신의탑’이 국내와 해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일 첫회가 네이버 시리즈온에 이어 미국과 일본에서도 방영된 직후부터 반응이 뜨겁다. 국내 웹툰을 기반으로 글로벌 콘텐츠 기업이 제작·유통한 것은 이번이 처음. 미국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래딧(Reddit)에서 주간 인기 애니 1위를 차지했다.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서도 9위에 올랐다. 미국 네티즌들은 온라인에서 ‘manwha(만화의 영어 발음)’처럼 한국에서 쓰는 용어를 그대로 쓰는 등 한국 웹툰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애니메이션 ‘신의탑’의 성공 비결은 해외 시장에서 검증된 탄탄한 원작의 힘에 있다. 지난 2010년부터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된 ‘신의탑’은 전 세계 누적 조회수45억뷰를 자랑하는 판타지 장르 인기작이다. 주인공 소년 ‘밤’이 자신의 분신과 같은 소녀 ‘라헬’을 찾아 탑에 오르는 게 주요 내용이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방대한 세계관으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애니메이션 1화가 끝났을 때 이 웹툰이 어떻게 주간 500만명의 독자를 사로잡았는지 이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K(코리아)웹툰이 미국 마블을 위협할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와 스토리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평가한다. 소비자들은 한국 영화나 소설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살아있는 캐릭터들에 열광한다. 최근 쏟아지는 웹툰 원작 드라마·영화들이 이를 보여준다. 1·2편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신과함께’는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했고,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이태원클라쓰’도 동명의 다음 웹툰이 원작이다. 해외에서 인기가 더 높은 넷플릭스 ‘킹덤’은 웹툰 ‘신의 나라’가 원작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네이버웹툰 ‘스위트홈’을 드라마로 제작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을 비롯한 K웹툰은 음악·영화·드라마에 이어 한류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웹툰을 포함한 만화 산업 상반기 수출액은 2267만달러(264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12.8% 늘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말 기준 100개 국가 구글플레이 앱마켓에서 만화 분야 수익 기준 1위를 기록했다. 네이버웹툰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6000만 명에 달한다. 네이버는 신의탑을 시작으로 ‘노블레스’ ‘갓 오브 하이스쿨’ 등 인기 웹툰도 애니로 선보일 예정이다.

K웹툰의 성공 비결은 ‘한국의 10년 웹툰 경험에서 축적한 캐릭터의 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꼽을 수 있다. 처음 한국 웹툰이 인기를 얻은 것은 방탄 등 한류 덕분이었다. 하지만 ‘마음의 소리’ ‘여신강림’ ‘노블레스’등 독특한 캐릭터를 앞세운 스토리가 인정을 받으면서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는 100개국에서 현재 9개 언어로 네이버웹툰을 서비스하고 있다. 단순히 국내에서 인기 있는 웹툰을 번역하는 게 아니라 현지에서 작가를 발굴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영화는 오랫동안 소재 빈곤에 시달리고 있지만 웹툰에서는 할리우드 수준으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내고 있다. 이게 K웹툰의 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