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경기도 의왕시 갈뫼중학교에서 교사들이 원격 수업 테스트를 하는 모습. 교사 컴퓨터에 연결된 화면에선 수업에 참석한 학생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유례가 없는 온라인 개학이 오늘 오전 9시에 시작된다. 오늘은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이 원격 수업 방식으로 온라인 개학한다. 순차적으로 오는 16일에는 고 1~2학년, 중 1~2학년, 30일에는 초 1~3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한다. 온라인 개학을 앞둔 가장 큰 걱정은 ‘먹통(네트워크 과부하에 따른 접속 끊김이나 지연)’이다.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원격 수업 사이트 접속에 수십분 이상 걸리거나, 수업 도중에 접속 지원 현상 발생할 우려가 큰 것이다.

네트워크 먹통 우려 안고 오늘 온라인 개학
끊김 현상이 원격 수업 방해할까
수업 현장에서 학생의 집 컴퓨터까지 이어지는 네트워크의 어느 한 곳만 트래픽이 몰려도 먹통이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네트워크가 워낙 복잡한 구조인데다 수십만명이 동시에 접속해야하는 상황도 처음이라서 100% 완벽한 온라인 개학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늘은 중3과 고3만 접속해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이후 전학년으로 확대하면 그만큼 트래픽이 많아져 더 걱정이다. 전문가들이 꼽는 취약점은 3군데다.

우려의 첫번째는 학내망이다. 온라인 수업의 형태는 3가지로, 실시간 쌍방향 화상 수업과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과제 수행 중심 수업 등이다. 핵심은 교사와 학생이 웹캠을 활용해 서로 얼굴을 보면서 진행하는 ‘쌍방향 화상 수업’이고, 먹통 우려도 이 대목에서 크다. 때문에 첫날 일선 중고등학교에서 아예 쌍방향 수업 수업을 피하거나, EBS 교육 동영상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엔 네트워크 부하도 적다.

학내방은 말그대로 학교 안을 구성하는 초고속 인터넷망이다. 이론상으론 전국 온라인 개학에도 무난할 정도의 네트워크다. 전국 초중고는 대부분 100Mbps의 학내망을 갖춰고, 빠른 곳은 300M~500Mbps 급이다. 원격 수업시 표준화질일 경우 2Mbps 정도가 필요하다. 한 학교에서 30개 학급이 동시에 원격 수업을 한다고 해도, 단순 계산으론 60Mbps면 충분하다.

먹통시 대처할 네트워크 전문가는 학교내에 없어
한번 지연되면 하루 종일 속수무책일 수도
하지만 이론과 실제가 다를 가능성이 크다. 학교내 네트워크는 KT와 같은 대기업 통신업체가 설치하지 않고, 주로 중소 네트워크 구축 업체가 맡는다. 여기에 학교에는 네트워크 망을 운영하는 전문가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네트워크 전문가는 "실시간 수업을 위해서는 최저 속도가 계속 유지돼야하는데, 여러 변수 탓에 일시적으로 지연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때 학내망 네트워크 구조를 잘 아는 네트워크 전문가가 바로 해결하면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학교마다 구축 상황이 제각각이니 일괄적인 대처 매뉴얼이 있을 수 없다. 단순 접속 불량이나 속도 저하만 나와도, 일선 학교에서 먹통 수업을 해결하지 못한채 발만 동동구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일선 학교에서 원격 수업을 실시해본뒤, 일단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포기하고, EBS 동영상을 활용한 수업을 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말만 ‘온라인 개학’일 뿐, ESB 교육 방송 시청과 별 차이가 없다. 다른 점은 출석 체크가 있는 정도다.

일시적으로 접속이 몰릴 경우엔
영상 플랫폼이 먹통될 가능성도
학교와 학생을 연결하는 영상 플랫폼이 먹통될 가능성이 두번째다. 학교별 재량에 따라 EBS 온라인 클래스, 구글, 줌, 네이버 밴드, 카카오 라이브, 유튜브 라이브 등 다양한 영상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다. 역시 숫자로만 보면 괜찮다. EBS 온라인클래스는 300만명까지 수용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세계 최대 동여상 서비스조차 일시적으로 많은 사람이 몰리면 넷플릭스의 서버(대형컴퓨터)에 접속하는 도로가 막혀서 일시적으로 먹통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임을 할때도 동시 접속이 몰리면, 늦게 접속한 이용자는 튕겨나는 현상은 흔한 일이다.

각 영상 플랫폼이 최대 몇 명까지 원할한 동시 접속이 가능할지, 각 학교가 얼마나 잘 분산돼 이런 플랫폼을 활용할런지는 알 수 없다. 한 통신업체의 네트워크 전문가는 “첫날 혼란을 겪은 뒤, 점차 원할한 접속 환경을 제공한 영상 플랫폼으로 원격 수업들이 대거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학교 주변과 같이 학생이 많은 지역은
초고속인터넷 접속 속도가 느려질 수도
세번째는 수만명의 학생들이 동시에 원격 수업이라는 실시간 동영상 접속을 하는만큼, 학교 주변의 네트워크 자체에 끊김 현상이 생길 수 있다. 국내 인터넷 네트워크가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특정 지역이 아예 네트워크가 셧다운되는 일까지는 없겠지만, 지역별로 끊김 현상이 생길 수는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엔 온라인 개학 탓에 오전 9시나 오후 1시와 같이 중고등학생의 동영상 접속이 몰리는 시간대에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의 화상 회의 화질이 떨어지거나 끊기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