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우리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에 대해 사증(비자) 면제와 무사증 입국을 잠정 정지하고 불요불급한 목적의 외국인 입국 제한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초기라면 몰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문을 닫는 게 의미 없다"고 했는데, 이제야 입국 금지 기조로 돌아선 셈이다. 현재 협정에 따른 비자 면제 국가 69국과 협정 없이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국가는 47국이다. 이 116국 가운데 한국인 입국을 금지한 국가를 대상으로 비자 없는 입국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서 발 묶였던 주재원·유학생 261명 귀국 - 러시아에서 출발한 특별기를 타고 온 한 어린이가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이날 특별기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러시아 정부가 국제선 항공편 운항을 전면 중단해 발이 묶였던 한국 기업 주재원 가족과 유학생 등 261명이 탑승했다. 이들은 입국 후 14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조치를 두고 실효성 논란이 나오고 있다. 7일 입국 통계만 봐도 최근 입국 외국인은 미국과 중국 국적자가 가장 많은데 이 국가들은 '사증 면제 및 무사증 입국 정지' 조치엔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달 신규 비자 발급은 잠정 중단했지만, 기존 비자의 효력은 유지해 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은 금지하지 않고 있다. 정작 코로나 진원지인 중국은 애당초 무비자 입국이 안 됐던 만큼 이번 조치와는 무관하다. 중국은 지난달 28일 한국을 포함한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다.

또 이번 입국 제한 대상이 코로나 고위험국가가 아니라 '우리 국민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라는 점에서 방역 확산 방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 확진자(39만명)가 가장 많은 미국은 대상이 아니다.

전문가들 "하루 120여명 막는 것의 실효성도 의문" 지적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초기라면 몰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그 조치가 실효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했었다. 우리 정부가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부터 80일간 중국 후베이성을 뺀 모든 지역에 대해 문을 열어두는 동안 한국발 입국을 금지·제한하는 국가가 181국까지 늘었다. 148국이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고 있고 33국이 사증 발급을 중단하는 등의 방식이다.

정 총리는 이날 또 '불요불급한 목적의 외국인 입국 제한을 확대하겠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관광, 출장 목적의 90일 이내 단기체류 외국인 입국자는 하루 120~130명에 불과해 방역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 교수는 "방역적인 판단보다는 방역 실책이란 비판을 피하기 위해 총선을 앞두고 내린 정무적인 판단으로 보인다"고 했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교수는 "입국 금지를 안 하다가 슬금슬금 검역을 강화하더니 이제 와서 입국 제한 강화를 들고 나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1일부터 모든 해외 입국자의 자가 격리가 의무화되면서 7일 자가 격리자는 4만9064명으로 일주일 전인 지난달 31일(2만780명)의 2.4배가 됐다. 정부는 자가 격리자가 9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머무를 곳이 없는 단기체류자들의 시설격리 역량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첫 사망자 나온 지 48일 만에 사망자 204명 … 서울서 2명 숨져

이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국내 사망자는 204명이 됐다. 지난 2월 20일 첫 사망자가 나온 지 48일 만에 200명을 넘어섰다. 전날 구로구 콜센터 직원의 남편인 서울 마포구 거주 44세 남성이 사망해 서울 첫 사망자가 됐고, 서울의 91세 남성이 입원 치료 중 숨졌다. 이로써 국내 코로나 사망률은 1.96%가 됐다. 80세 이상 사망률은 20%를 넘어섰다.

사망자 200명 넘어… 서울서 2명

이날 국내 확진자는 1만384명으로 전날 대비 53명 늘었다. 6·7일 이틀 연속으로 47명씩 늘어나 정부의 목표 수준인 50명 이하를 유지했지만 이날 확진자가 다시 50명대로 올라섰다. 전날 14명 늘어난 수도권 신규 확진자수가 21명으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수도권에서의 폭발적인 코로나 감염자 발생이 가장 우려된다"고 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소위 '제2차 파도(wave)'가 올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