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2월 21일 자 조선일보 지면을 배경으로 ‘조선100년체’를 나타낸 이미지. 서체 디자이너들은 “잉크가 번진 듯한 질감에서 100년 전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했다.

조선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지난달 5일 무료 배포를 시작한 폰트(컴퓨터용 서체) 10종이 약 한 달에 걸쳐 다운로드 2만4000여건을 기록했다. 100주년을 기념해 방일영문화재단(이사장 조연흥)에서 새로 개발한 '조선100년체'가 이달 7일까지 5943건, 기존 조선일보 전용 서체 9종이 1만8563건으로 총 2만4506건이다.

국내 대표적 서체 개발사인 윤디자인그룹에서 디자인을 맡은 조선100년체는 1920년대 조선일보 지면 글꼴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린 서체다. 1920년대는 조선일보와 민족 신문의 태동기이자, 한글 글꼴의 개발에 있어서도 대표적 인쇄 매체인 신문의 역할이 특히 중요했던 시기다.

이를 되새기는 의미에서 당시의 납활자 인쇄 질감을 살렸다. 오래 사용해 무뎌진 납활자로 찍은 듯 살짝 울퉁불퉁한 획의 느낌이 예스럽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뉴트로(오래된 것을 새롭게 즐김) 트렌드와도 일맥상통하는 디자인이다. 동시에 당시 세로쓰기 조판에서 들쭉날쭉했던 글자 높이를 현대의 가로쓰기에 맞게 정돈했다. 서체 디자이너인 가나다글꼴연구소 이가희 대표는 "신문에 잉크가 번진 듯한 질감에서 100년 전의 분위기가 느껴진다"면서 "당시에 비해 한글과 섞어 쓰는 일이 많아진 알파벳·숫자와의 조화도 자연스러워서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100년체와 함께 공개된 서체들도 호응을 얻고 있다. 조선신명조, 조선굵은명조, 조선가는고딕, 조선굵은고딕, 조선견고딕, 조선굴림체, 조선궁서체, 조선로고체는 이번에 처음 일반에 공개된 조선일보 전용 서체들이다. 지난 2007년 공개된 이후 '간결하고 잘 읽히는 글씨'로 꾸준히 호평받아 온 조선일보명조체는 일부 글자 조합에서 획이 겹쳐 보이던 오류를 바로잡은 업그레이드판을 제공하고 있다. PC용으로 개발된 서체 10종은 방일영문화재단 웹사이트(www.bangfound.com)와 조선닷컴(www.chosun.com)에서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