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부터 LCD 사업을 접기로 하면서 이 회사의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과연 무엇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미래 먹거리'로 QD(퀀텀닷) 디스플레이를 꺼냈다. 작년 10월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QD디스플레이에 13조1000억원을 투자키로 했고, 지난달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산사업장을 찾아 QD디스플레이 시제품을 살펴보기도 했다. 내년부터 블루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발광원(發光源)으로 하는 QD디스플레이를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한발 더 나가 QNED(퀀텀닷 나노 LED)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QD디스플레이와 비슷하지만, 발광원을 OLED 대신 나노 LED로 바꾼 것이다. 이 회사는 2021년 양산 기술 확보를 목표로 QNED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OLED에 맞서 디스플레이 시장의 왕좌를 되찾기 위해 QD와 QNED '투 트랙'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고 해석했다.

◇청색 OLED를 발광원으로 하는 QD디스플레이

원래 QD디스플레이란 자발광 퀀텀닷 물질을 활용한 디스플레이를 뜻한다. 퀀텀닷은 물질의 크기가 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으로 줄어들 경우 전기·광학적 성질이 변하는 '반도체 나노 입자'다. 퀀텀닷을 TV에 적용하면 더욱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고, 소비 전력도 줄어든다. 스스로 빛을 내는 '자(自)발광 퀀텀닷'은 밝기와 수명에 한계가 있는 OLED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론 스스로 빛이 나는 '자발광 퀀텀닷'을 TV에 적용하지 못한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장은주 펠로(교신저자)가 자발광 양자점발광다이오드의 발광 효율과 사용 시간을 크게 향상해 '자발광 퀀텀닷' 디스플레이의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한 게 겨우 작년 11월의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부터 양산하겠다고 밝힌 QD디스플레이는 진정한 의미의 퀀텀닷, 즉 자발광 퀀텀닷은 아니다. 파란빛을 내는 블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발광원으로, 그 위에 퀀텀닷 컬러 필터를 얹어 색 재현력을 높인 것이다.

QD디스플레이는 현재 LCD에 퀀텀닷 필름을 적용한 삼성전자의 QLED나 LG전자의 화이트 OLED를 적용한 TV보다는 진화했지만, 기술적으로만 보면 OLED 기반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나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를 'QD-OLED'로 부르기도 한다.

LG디스플레이의 OLED와도 차이가 있다. LG는 흰색 OLED가 발광원, 삼성은 블루 OLED가 발광원이다. 또 LG는 화이트 OLED 의 빛이 빨강, 초록, 파란색의 컬러 필터를 각각 통과하며 색을 만들지만, 삼성의 QD는 파란색 OLED의 빛이 일반 컬러 필터가 아닌 퀀텀닷 소재를 적용한 컬러 필터를 통과한다. 빛 자체가 파란색이기 때문에 파란색 컬러 필터가 따로 없다.

◇QNED는 OLED 대신 나노 LED를 발광원으로

QNED는 QD디스플레이와 비슷하지만 발광원이 다르다. QD의 발광원인 블루 OLED를 미세한 크기의 나노 블루 LED로 바꿨다. 초미세 사이즈의 마이크로 LED는 하나하나가 색을 내는 자발광 화소 역할을 할 수 있다. 퀀텀닷 자발광은 아니지만, LED 자발광으로 OLED를 대체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그동안 쌓아온 마이크로 LED 기술을 퀀텀닷 컬러 필터에 적용하는 것"이라며 "마이크로보다 더 작은 크기의 입자를 활용한다는 뜻에서 '나노 LED'로 이름 지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QNED는 무기물이라 수명이 길기 때문에 유기물인 OLED의 단점으로 꼽히는 '번인(burn-in) 현상'에서 좀 더 자유롭다. 또 QD디스플레이보다 수명과 색 표현력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나노·마이크로 LED는 생산 가격이 비싸 양산이 쉽지 않다. 삼성이 기술 고도화로 생산비를 끌어내렸지만, 여전히 75인치 이하 크기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와 QNED를 동시 개발하며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한 가지 기술 개발 완료도 어려운 일인데 '투 트랙' 전략을 들고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그 배경에 삼성전자의 TV 사업 전략이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앞으로 OLED TV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QD디스플레이는 OLED 기반이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QD디스플레이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이를 대비해 삼성디스플레이가 마이크로LED를 적용한 QNED 개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QNED는 QD디스플레이 가운데 하나의 종류로 현재 연구소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개발하고 있다"며 "아직은 연구 개발 단계로 양산 시기나 사업화 등을 논의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