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는 "사람들이 권위 있는 콘텐츠(authoritative content)를 볼 수 있도록 16국에서 코로나19 뉴스 섹션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가짜 뉴스의 유포를 막겠다는 취지다. 당시 한국은 확진자 수가 8000명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하나였다. 코로나 공포 탓에 가짜 뉴스도 쏟아지던 상황이다. 10대 청소년이 유튜브 개인방송에서 코로나와 관련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튜브의 이런 조처가 가장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유튜브가 지정한 16국은 미국·일본·이탈리아·영국·프랑스·브라질·인도·프랑스 등이다. 한국과 중국은 빠졌다. 중국은 유튜브 자체를 허용하지 않아 그 대상이 안 된 게 당연했다. 한국이 빠진 데 대한 설명은 없었다. 지금도 한국은 대상 국가가 아니다. 구글코리아 측은 "(코로나 뉴스 섹션의) 추가 출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더는 확인해줄 내용이 없다"고 했다.

구글·유튜브·페북… 미국·일본·유럽 우선, 한국은 뒷전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platform·정거장) 업체들의 '미국 중심 사고'를 여과 없이 보여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월 한국·중국·이란 등지에 피해가 집중됐을 때는 아무런 대응도 안 하다가, 미국으로 확산될 조짐이 보인 3월 초 갑자기 총력 대응에 나서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예컨대 구글은 3월 중순, 안전지대인 줄 알았던 미국에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하자 1700여 명의 엔지니어를 투입해 코로나 정보 유통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구글이 검색 페이지에서 신뢰할 만한 코로나 정보를 선(先)제공하기 시작한 것도 3월 초부터다.

①유튜브가 세계 16국에 신설한 ‘코로나19 뉴스 섹션’. 한국은 대상 국가에서 빠졌다. ②작년에 등장한 ‘레몬이 암세포를 죽인다’는 가짜 뉴스. 이 내용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인다’라고 바뀐 뒤, 페북을 통해 퍼져 나갔다.

페북도 마찬가지다. 페북은 코로나 바이러스 가짜 뉴스와의 전쟁에 나섰고,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대통령보다 페이스북이 위기 극복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하지만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에선 딴판이었다. 같은 시점에 루마니아에선 페북을 통해 '레몬 슬라이스를 탄 따뜻한 물을 마시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죽는다'는 가짜 뉴스가 수만 건 공유되고 있었다.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가 추적한 가짜 뉴스 경로에 따르면 작년에 떠돌던 '레몬이 암세포를 죽인다'는 가짜 뉴스가 '코로나를 죽인다'로 내용이 바뀌어 스페인어·영어·이탈리아어·루마니아어 등으로 확산했다. 페북에서 영어 가짜 뉴스는 곧바로 잡혔지만, 루마니아어는 방치된 것이다.

미국 정부의 정책을 따르기 위해 다른 나라의 앱을 삭제한 경우도 있다. 국내에선 2월 코로나나우, 코로나닥터, 코로나맵, 코맵 등 민간 앱들이 나와 코로나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구글의 앱장터 플레이스토어와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수십만~수백만명의 국내 이용자가 이런 앱들을 다운로드받았다. 그런데 3월 미국 백악관이 '코로나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온라인에서 확산되는 것을 막아 달라'고 요청하자, 돌연 한글로 된 이런 앱들이 앱장터에서 사라졌다. 한 달 넘게 활용돼온 국내 코로나 관련 앱들이 잘못된 정보라는 아무런 근거나 판단 없이 무조건 삭제 조치부터 취한 것이다.

반면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국내 플랫폼은 달랐다. 네이버는 확산 초기인 1월 28일 검색창 하단에 질병관리본부가 제공하는 코로나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카카오는 카카오맵에서 코로나 관련어를 검색하면, 전국 선별진료소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테크 서비스에도 자국 우선주의

구글지도 앱에서 중앙보훈병원역을 검색하면 아무런 결과가 뜨지 않는다. 서울 지하철 9호선 연장선은 1년 6개월 전에 완공됐다. 하지만 구글지도에는 아직도 연장선과 신규 역(삼전역, 석촌고분역, 송파나루역, 한성백제역, 둔촌오륜역)이 없다. 도심 지도에서 지하철역은 가장 중요한 업데이트 요소다. 구글은 2016년 한국 지도 상세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요구했다가 한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었다. 당시 구글코리아는 "한국 소비자에게 최고의 지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세부 데이터의 해외 반출은 이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페이스북·유튜브·넷플릭스·아마존과 같은 미국 기업들은 소셜미디어에서 동영상, 클라우드(분산 저장 공간)에 이르는 국내 신규 시장을 속속 접수하고 있다. 2년 전에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자 쿠팡,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등 숱한 국내 서비스가 마비되는 사고가 터지기도 했다. 모바일 분야의 한 스타트업 대표는 "온라인 플랫폼은 단지 수익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일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문화의 측면에선 모든 정보를 좌우하는 힘을 가진 곳"이라며 "온라인 플랫폼을 독점한 외국 업체가 한국 정부나 여론을 외면하거나 소홀히 할 때 우리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