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시는 1인당 10만원의 경기도 '재난기본소득'과는 별도로 경기도 각 시군 차원에서 또 지원금을 지급하려는 움직임에 마지막까지 반대했다. 시장은 "시민을 위한 올바른 결정이 무엇인지 보름 동안 고민을 거듭했다"며 "재정 여건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했다. 그 시장이 8일 "도시 발전 관련 사업을 축소·연기해서 800억원을 마련했다"면서 하위 80%에게 15만~105만원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지역민들의 반발에 백기를 든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 31개 시군 모두 중앙정부, 경기도가 각각 주는 재난 지원금 외에 지자체 차원의 지원금을 별도로 지급한다.

당초 남양주 외의 몇몇 시군도 이런 중복 지원에 부정적이었다. 무엇보다 줄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기도 차원 지원 대상에서 빼겠다는 도지사의 위협과 "우리는 왜 안 주냐"라는 여론 압박이 쏟아지자 모조리 백기 투항했다. 대부분 재정 자립도가 30% 수준에 불과한 가난한 자치단체들이다. 나눠줄 돈이 없자 비상 상황에 대비해 쌓아둔 각종 기금을 헐고, 그것으로도 부족해 기존 사업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방식으로 탈탈 털어 현금을 마련했다. 표만 바라보는 정치인이 '공짜 바이러스'를 뿌리고 여기에 감염된 지역민들이 집단 압력을 가하는 현금 포퓰리즘의 광풍 앞에서 어떤 지자체장도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1년 전 전국 226개 기초 자치단체장들이 모여 무분별한 현금 살포 경쟁을 자제하자며 '자정 결의'까지 했지만 한번 발동 걸린 포퓰리즘 정책엔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 포퓰리즘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중앙정부는 말리기는커녕 지자체의 현금 뿌리기를 부채질했다. 지자체 재난 비상금을 전용할 수 있게 해 이 돈이 대부분 바닥났다. 앞으로 코로나 2차 파도가 오거나 홍수·지진·화재 등 대형 재해가 발생하면 무슨 돈으로 대응할 건가.

포퓰리즘의 폭주를 막을 최후의 보루는 성숙한 시민의식뿐이다. 2016년 스위스는 전 국민에게 약 3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제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77%가 반대해 부결됐다. 노르웨이는 북해 유전 덕에 쌓은 국부펀드가 1조달러에 이르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원금을 손대선 안 된다는 원칙을 20년 이상 지키고 있다. 반면 같은 성격의 국부펀드를 보유한 베네수엘라는 정부가 현금 복지에 마구 전용한 탓에 10년 만에 모두 탕진했다. 선거는 나라를 흥하게도 할 수 있고 망하게도 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유권자의 결정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