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전 대구시 북구 칠성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 북부센터에 소상공인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1억원도 아니고 1000만원 (대출) 예약 성공한 게 뭐라고 이렇게 기쁘고 떨리는지.”

최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1000만원 긴급대출 신청 경험담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기약없는 줄 서기, 온라인 예약 신청을 위한 컴퓨터 앞에서의 ‘클릭 전쟁’에 지치고 분노하는 글이 대다수이다.

어렵사리 대출 신청을 성공한 후기 글도 올라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애가 끓는 소상공인들의 애환과 분투가 그대로 담겨 있다. 글을 읽은 소상공인들끼리 “눈물 난다”며 서로 응원하고, 사업장 소재지가 아닌 다른 지역 소진공 센터에서 대출 신청도 가능하다는 등의 실용적인 ‘팁’을 알려주는 글도 많다.

부산에 사는 ‘부산코***’라는 소상공인은 지난 6일 43만여명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활동하는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1박2일에 걸친 1000만원 긴급대출 현장 접수 성공기를 올렸다. 그는 “전날 밤 11시에 나와 10번째로 줄을 섰다. 아침 8시까지 광안리 칼바람을 맞으며 줄을 서 있었다. 아침 8시에 예약시간을 받고 잠시 눈을 붙이고 싶었지만, 평생 후회하면 안 될 것 같아 다시 민원서류 떼러 줄을 섰다. 관공서 민원서류 발급도 전쟁터였다. 오후 4시 반에 소진공 센터에서 약정서 쓰고 나오는데 ‘그렇게 줄 선 것도 능력’이라는 말을 듣고 울컥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왜 이렇게 자꾸 서글퍼지는지. 전날 오후부터 가서 10시간 기다릴 자신 있는 분은 방문예약 하시라”고 적었다.

온라인 예약 신청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팁을 알려주는 글도 많이 올라온다. “크롬을 쓰는 게 더 빠르다” “예약하기 창과 센터찾기 창을 미리 따로 띄워 놓아라.” “클릭하는 위치 미리 연습해두라”, “PC보다 핸드폰이 더 잘 되는 같다” 등의 내용이다. ‘오광**’이란 소상공인은 “온라인은 30초면 마감이다. 나는 어렵게 성공했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절대 못 할 것 같다. 새벽 3시에 나와 현장 예약 성공했다는 어르신을 만났는데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18초 만에 온라인 예약마감 뜨는 것 보고 포기했어요. 인터넷 다 필요 없어요. 센터 앞에서 잘 생각으로 돗자리 들고 나갈 겁니다”라는 글도 있었다. 대구의 한 소상공인은 7일 “새벽 2시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도 38번째였다. 새벽에 줄 서러 가게 되면 꼭 두툼한 패딩 챙기세요”라고 적었다.

‘서울애***’이라는 소상공인은 8일 “서울, 경기권은 온라인 예약이 너무 힘들어 ‘밑져야 본전’이지 하고 월요일에 강원도권 노려서 춘천에 당첨됐어요. 신청 접수하고 와서 저녁에 통과됐다는 전화받고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요. 코로나 터지고 매출이 반 이상 줄었는데, 이번 계기로 잘 정비해야겠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이 올라오자 “서울인데 경기도 가니까 안 해주더라” “다른 지역에 가도 되는 거냐? 구체적인 경로를 알고 싶다”는 등의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소진공 관계자는 “사업장 소재지나 주소와 상관없이 다른 지역 센터에서 신청해도 된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주소지 인근 센터를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출 신청 과정에서 짜증을 내고 소리 지르며 싸운 이야기도 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사태에 모두가 안쓰럽다는 의견이 많다. 한 소상공인은 “소진공 센터 직원도, 은행 직원도 무슨 죄가 있고, 우리도 그러고 싶어 그러는 거 아닌데. 잘못된 정부 체계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바뀌는 지침이 문제인 것 같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