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6일 '동료를 잃었습니다. 하지만 멈추지 않겠습니다' 제목의 성명서를 내면서 "지난 3일 경북 경산의 내과 의사가 코로나와의 사투 끝에 유명을 달리했다"며 "현장 의료인들의 피로 누적이 심각해 한계에 다다랐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라고 했다.

의협은 이어 "퇴근길의 시원한 맥주 한잔, 주말의 설레는 데이트 한 번을 참고 미루는 것이 지금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면서 "지칠 대로 지친 의료인을 위한 일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 달라"고 했다. 해외로부터 지속적인 환자 유입이 이어지고 있으며 서울과 수도권의 확진자는 꾸준하게 누적되고 있으니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며 힘들더라도 국민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계속 힘써달라고 의협은 호소했다.

코로나와 싸우는 최일선 의료진이 지칠 경우 전반적인 의료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진이 지쳐 쓰러지거나, 집중력 감소로 원내 감염이 발생하면, 연쇄적으로 다른 의료진이 코로나 진료에 투입되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의료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77일째,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료진이 지쳐가는 중이다. 정부는 이날 "코로나는 짧은 시간 안에 종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세계 의학계의 공통된 견해"라며 "전문가들이 장기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씀한다"고 했다.

코로나 의료진 소진 심각

대구 지역에서 발생하는 중증 감염자를 치료하는 코로나 거점 병원인 계명대 동산병원. 이 병원 1층의 비상대책본부 의사실에는 산부인과, 소화기내과 교수들도 매일 출근하며 환자를 챙기고 있다. 진료 의사가 부족하니 폐렴과 관련이 적은 산부인과 의사들도 나섰다. 이들은 방호복을 입고 병실로 들어가 환자 상태를 살피거나 바이러스 검체를 채취한다. 강행군이 이어지면서 젊은 의사들도 진이 빠져 있는 상태라고 병원 측은 전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던 지난 2월 21일 거점 병원으로 지정됐다. 현재도 코로나 확진 환자 240여 명이 치료받고 있다. 가장 많았을 때는 환자가 397명 있었다. 병원 자체 의사 21명과 파견 의사 17명 등 38명을 비롯, 총 364명의 의료진 대다수가 공휴일도 없이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 폐렴 치료를 책임진 감염내과와 흉부외과 의사 2명은 몸살약을 먹어가며 하루 12시간 이상 쉬지 않고 진료에 나서고 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4일까지 대구 지역에 파견된 간호사는 1144명이고, 889명은 여전히 대구에서 근무 중이다.

장기화되는 상황에 의료진 무력감

수도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 분당제생병원에서 일하는 20대 간호사는 "원래 3교대 근무인데 코로나 사태 이후 쉬는 날에도 출근하는 일이 잦다"며 "병원 내 확진자가 계속 나오면서 앞 근무조 간호사가 '접촉자'로 격리되면 그 이후 근무자가 그 근무를 메우느라 파김치가 된다"고 말했다. 수도권 국가지정격리병상을 운영하는 한 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이 퇴근할 기운이 없다며 당직실에서 잠을 청하기도 한다. 서울대병원 감염격리병동 이진수 간호사는 "동료 간호사 중에는 집에서 아이에게 병을 옮길까 봐 걱정하며 아예 병원 숙소에서 자는 사람도 많다"며 "코로나 초기에는 두세 달 갈 거라 봤는데 지금은 여름을 넘어갈 거 같은 상황이어서 무력감을 느낀다"고 했다.

의협과 대한감염학회 등은 일시적으로라도 외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수용하지 않고 있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지난달 말 소셜미디어를 통해 "외국인까지 치료해주고 있을 정도로 일선의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며 "이제라도 외국인 입국을 금지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정호영 경북대병원장은 "대구는 현재 확진자 6781명 중 완치자가 72.9%를 넘어선 만큼 의료진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근무 시간 등을 조정해야 한다"며 "개인 보호 장비 지급 등에 허점이 없도록 재점검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상급 종합병원급도 1주 4일만 근무하면서 서로 공백이 생기지 않게 하는 '순번 휴진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