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2년 전 라돈 침대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게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런데 올 초 검찰이 이 사건을 불기소로 마무리했다.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지 않아 그런 일이 있은 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검찰의 불기소 이유는 폐암 발생과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그토록 뒤흔들었던 대형 이슈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2018년 5월 3일 SBS는 대진침대에서 라돈이 대량 검출되었다고 보도했다. 환경부가 정한 실내 라돈 기준인 입방미터(㎥) 당 200베크렐(Bq)의 3배가 넘는 620베크렐의 라돈이 검출되었다는 것이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일주일 후 시료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매트리스 속 커버를 신체에 밀착하고 하루 24시간을 침대에서 생활할 경우에도 연간 외부 피폭선량이 최고 0.15mSv라는 것이다. 가공제품 안전 기준은 연간 1mSv이다. 방사선량이 인체에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라돈 측정기(RAD7)로 매트리스 표면의 여러 지점에서 라돈과 토론 농도를 측정한 결과, 내부 피폭선량은 연간 최고 0.5mSv로 평가했다.

하지만 원안위는 5월 15일 2차 발표에서 돌연 1차 조사 결과를 뒤집었다. 침대 스펀지에서 나오는 방사선까지 고려하면 7.6mSv로 기준을 넘는다는 것이다. 원안위는 매트리스 수거 명령 등 행정 조치를 내렸다. 방사선 공포는 삽시간에 번졌다. 열흘 뒤 국무조정실은 관계 부처와 브리핑을 열어 라돈 검출 침대가 더 있음을 확인했고, 6월 4일에는 라돈 침대를 신속히 수거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졌다. 방사선 때문에 침대를 수거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자 결국 우체국 택배 차량을 이용했다. 충남 당진항 야적장에 약 2만장, 천안 대진침대 본사에 2만장 이상 매트리스가 수거됐고 양 지역 주민의 반발도 극심했다. 이런 소동 끝에 나온 검찰의 수사 결론이 불기소 결정이었다. 황당한 결론이 아닐 수 없다. 사건의 자초지종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몇 가지 민낯을 보게 된다.

첫째, 원안위의 비과학적 행태이다. 원안위는 무리한 가정을 통해 해당 침대가 위험하다는 수치를 만들었다. 시트도 깔지 않은 침대에 코를 박고 24시간 잠을 잤을 때 피폭량을 계산했다. 하지만 일반인은 보통 침대에 시트를 깐 뒤 베개를 베고 잔다. 보통 8시간 정도 잠을 자고, 자세도 천장을 향해 바로 눕거나 옆으로 누워 자는 경우도 많다. 이럴 경우 피폭량은 안전 기준을 초과하기 어렵다.

둘째,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던 시민운동가의 침묵이다. 자신들의 주장이 근거 없음이 밝혀졌으면 최소한 사과나 유감의 뜻 정도는 밝혀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옳고 그름을 구별해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되고, 우리 사회도 한 발짝 진보할 수 있지 않을까.

셋째, 정권 입맛에 맞춰줄 수밖에 없었을 원안위의 허약함이다. 탈원전을 지상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 이 정권에서 원안위의 행동 반경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과 같다. 이는 라돈 사건뿐만이 아닐 것이며, 원안위만의 문제도 아닐 것이다. 기관·단체가 정권과 무관하게 과학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

라돈 침대 사건으로 해당 업체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보게 됐고, 국민은 근거 없는 공포에 시달리게 됐다. 그런데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니면 말고 식이다. 과학을 믿지 않고, 원자력에 대한 편견을 극대화하려는 일부 소수에 의한 정략적·정무적 판단이 이런 코미디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