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이자율을 노리고 브라질 등 신흥국 채권에 투자했던 이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데다 저유가와 통화 가치 급락 등으로 신흥국 국채 수익률이 급전직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가치 추락으로 신흥국 국채 투자자 울상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해외 채권형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하거나 국내 증권사 등을 통해 해외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다. 해외 채권에 직접 투자할 경우, 원래 약속된 '이자 수익'과 투자 기간 채권 가격이 상승해 발생하는 '자본차익', 환율 변동으로 인한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 중 자본차익과 환차익에 대해서 세금이 없고, 이자 수익에 대해서만 15.4% 세율이 적용된다. 특히 브라질 채권의 경우 우리나라와 맺은 조세협정에 따라 이자 수익에 대해 세금을 안 내도 되기 때문에 신흥국 채권 중 투자자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7대 증권사의 브라질·러시아·멕시코 국채 판매 잔액이 7조~8조원가량 되는데 대부분이 브라질 국채라고 한다.

6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가격 및 환차익 등을 고려한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의 올해 수익률(지난 5일 기준, 헤지 등 기타 비용 미고려)은 -27.9%다. 작년 말 브라질 국채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환율 등을 고려한 현재 평가액이 721만원으로 급감했다는 얘기다. 작년 수익률(24.5%)과 비교하면 올해 하락세가 얼마나 가팔랐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브라질은 세계적인 금리 인하 추세 속에 재정 건전성을 위협했던 '연금개혁'이 원활히 진행되면서 국채 수익률이 호조를 보였다. 반면 올해 들어서는 브라질 국채 수익률이 계속 내리막세다. 연초 이후 1월까지 -4.8%였던 수익률이 2월에는 -8.3%로 벌어지더니 지난달 말에는 -25.7%까지 추락했다. 브라질과 함께 대표적인 신흥국으로 꼽히는 러시아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올해 -23.2%로 급락했다.

신흥국 국채 수익률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통화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평소에도 변동성이 컸던 신흥국 통화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지난 4일 기준 브라질 레알화 환율은 1달러당 5.35레알로 작년 말(4.02레알)보다 33.1%나 올랐다.

◇"기존 투자자는 일단 버티고, 신규 투자는 자제해야"

전문가들은 신흥국 국채를 들고 있는 기존 투자자들에게 섣불리 팔기보다는 일단 보유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이미 신흥국 통화 가치가 크게 떨어져 반등 가능성이 생긴 데다 채권은 주식과 달리 가격이 하락해도 정해진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빠져 나오는 것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 김은기 연구원은 "브라질 국채 이자 지급이 올해 초에 이뤄졌고, 다음은 7월 초에 이뤄질 예정인데 지급액은 해당 시기 환율로 결정되는 만큼 기다려볼 만하다"며 "브라질은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 비중이 24%로 높은 편은 아니어서 디폴트(국가 부도) 사태 등 최악의 위기로 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경우,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 비중이 11%로 브라질보다도 훨씬 낮다.

하지만 저가 매수를 노리고 신흥국 국채에 새로 투자하는 것은 자제하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권했다. 신흥국 통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태지만 변동성이 워낙 크고,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당분간 세계 경제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유가 및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신흥국 국채의 매력도가 상승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김성수 연구원은 "코로나 팬데믹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아무리 저점이라고 해도 지금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도가 너무 높다"고 했다. 달러로 발행되는 신흥국 채권의 경우, 달러 대비 원화 환율만 신경 쓰면 되지만 그동안 원화 가치가 많이 떨어진 상태여서 '환차익'을 노리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