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합성 단백질(붉은색)이 인체 세포 대신 코로나 바이러스와 결합해 감염을 차단하는 모습의 상상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붉은색 그물이 덮치고 있다. 인공 단백질이 바이러스 표면에 난 돌기를 노리고 달라붙는 모습이다.

과학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문의 자물쇠를 가짜로 만들어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세포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의 요세프 페닝거 교수 연구진은 지난 2일 국제학술지 ‘셀’에 “코로나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인체 단백질을 인공 합성해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음을 세포 실험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표면의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체 호흡기 세포 표면에 있는 ACE2라는 수용체 단백질에 결합시켜 침투한다. 바이러스가 돌기라는 열쇠를 ACE2라는 자물쇠에 넣어 인체 세포의 문을 여는 셈이다. 연구진은 앞서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창궐시 ACE2 단백질이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통로임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ACE2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로 물에 녹는 형태의 ACE2 단백질을 인공 합성했다. 이 인공 단백질을 코로나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인체 세포에 주입하자 바이러스가 1000~5000분의 1로 급감했다. 연구진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공 단백질에 잘못 결합하는 바람에 실제 숙주 세포에서 복제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험은 인간 줄기세포로 만든 미니 장기인 오가노이드(organoid)도 활용해 바이러스 퇴치 효과를 확인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프랑수아 발루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대신 수용성 ACE2 단백질에 결합하면 치료 가능성이 있다”고 트위터에 밝혔다.

연구진은 ‘APN01’이라고 명명한 이 인공 단백질을 유럽 바이오기업 아페이론 바이로직스와 함께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로 임상시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