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글로벌 식량 대란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각국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출입국뿐 아니라 국내 이동까지 차단하면서 농산물의 수출입은 물론 식량 생산 자체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4일(현지 시각)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농업부는 이날 "쌀 공급은 충분하고 어떤 사재기도 필요 없다"며 "중국은 1년치 식량을 저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베트남이 지난달 24일부터 코로나를 이유로 쌀 수출을 중단하고 캄보디아도 5일부터 쌀 수출 중단을 발표하면서 중국인들이 쌀 사재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 쌀 가격 기준인 태국산 백미는 최근 1t당 가격이 570달러(71만원) 안팎에 거래돼 2013년 4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인도의 곡창지대 펀자브 지방에서는 인력이 없어 밀 수확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도는 농사를 대부분 사람 손으로 짓는데,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전 국민의 이동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매년 동유럽과 북아프리카에서 오는 수십만명의 해외 노동자에게 농사를 맡겼던 프랑스·이탈리아·독일·영국 등 유럽 주요국은 올해 농사가 멈출 지경이다. 특히 언론들은 올봄에 이뤄질 유럽의 딸기와 블루베리, 아스파라거스 수확 등에서 당장 문제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밀 수출국인 러시아도 4월부터 6월까지 곡물 수출량을 총 700만t으로 제한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미국·아르헨티나·브라질 등 농업 대국의 사정도 좋지 않다. 미국은 손으로 직접 수확하는 과일과 채소의 경우 멕시코 노동자들을 주로 활용했다. 하지만 미국이 전 세계 공관의 비자 발급을 중단하면서 농업 인력 수급이 사실상 막혔다. 브라질도 코로나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어가면서 트럭 운전사마저 구하기가 어려워 농산물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자체적으로 식량자급이 힘든 국가들엔 비상이 걸렸다. 인구 약 1억명의 세계 최대 밀수입국인 이집트는 전략 식량 비축을 확대한다고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이집트로선 식량 안정에 정권의 존망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 이집트의 정권교체를 불러온 이른바 '아랍의 봄(아랍 국가들의 민주화 운동)'도 촉매는 밀값 폭등으로 인한 식량난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까지 100만t의 곡물을 비축했지만, 오는 7월 말까지 120만t을 추가로 비축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