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발레리나 중 한 명인 캐나다인 A(여·35)씨가 목이 따갑고 마른 기침을 하는 등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의심 증세를 보인 이후에도 2주 이상 공연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되며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공연 주최 측은 “병원 측에서 코로나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받았다”며 “의료기관의 검진결과에 따랐던 것”이라고 했다.

기획사 에스앤코

서울시와 구청 등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 서울 호텔에 묵고 있던 A씨는 지난달 12일 입국해 이틀 만인 같은 달 14~30일 공연에 참가했다.

A씨는 지난달 19일부터 인후통과 마른기침 등 코로나 의심 증세를 보였지만, 2주 이상 공연에 참여했다. 그러다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지난달 31일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검사를 받았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공연은 잠정 중단됐지만, A씨가 공연에 참여한 기간 이 공연을 관람한 관람객은 8000여 명에 이른다. 이어 A씨와 함께 공연한 미국인 배우 B(29·남성)씨가 지난 2일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는 이 기간 공연을 보러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공연장을 방문한 관람객 명단을 확보해, 외부 접촉 자제 안내 문자를 발송하기로 했다.

관람객을 비롯한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특히 연극·뮤지컬 팬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이 사실이 알려진 후 “이 와중에 기침이 나는데 공연을 강행하다니 미친 것 아니냐” “출연자 관리를 못 하는 기획사는 무슨 생각이냐”는 게시물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한 작성자는 “VIP석이 17만원인데, 이 돈을 받고 관람객을 감염 위험에 빠뜨린 것”이라고 썼다. 이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팬들은 코로나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기획사와 배우들에게 공연은 ‘현생’(현재의 삶)이 걸린 문제고, 쉽게 공연 취소를 하지 못하는 입장도 이해가 된다”는 의견을 종종 올려왔지만, 이번 일로 등을 돌린 것이다.

제작사 측은 “A씨는 지난달 26일 목이 따가운 증세 때문에 종로의 한 병원을 찾았으며 당시 병원 측에서 ‘코로나는 아닌 것 같다’고 해 무대에 계속 섰다”고 밝혔다. 병원 처방을 받은 A씨는 목 통증은 가라앉았으나 후각이 둔해져 지난달 30일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이후 또다시 병원 측으로부터 같은 답을 들었지만 이상함을 느껴 소견서를 요청한 후 선별진료소를 찾았고, 지난달 3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