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코로나 백신. 미세 바늘 400개가 있어 통증 없이 백신을 피부 속으로 주입할 수 있다.

손톱보다 작은 패치를 피부에 붙여 코로나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피츠버그 의대의 안드레이 감보토 교수 연구진은 2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이바이오메디슨(EBioMedicine)’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단백질로 만든 백신을 쥐에게 실험해 면역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백신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국제학술지에 효능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달라붙을 때 쓰는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을 세포배양했다. 돌기 유전자를 백신 제조용 세포의 유전자에 집어넣어 배양방식으로 대량 생산한 것이다. 쥐에게 이 백신을 접종하자 2주 안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들이 대량 생산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감보토 교수는 “앞서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발한 2003년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4년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연구 경험이 바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 단백질로 백신을 만들면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음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세포배양 방식으로 대량생산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 단백질 용액.

이미 미국 모더나사가 RNA 코로나 백신에 대해 인체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이 백신은 돌기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가진 유전물질인 RNA를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피츠버그대 연구진이 개발한 ‘피츠코박(PittCoVacc, 피츠버그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의 줄임말)’은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이용하는 전통적인 백신 제조 방식을 이용했다. 독감 백신이 같은 방식으로 제조된다.

반면 약물 전달에는 혁신적인 기술을 썼다. 연구진은 배양세포를 정제해 바이러스의 돌기 단백질을 추출한 다음 패치 형태의 무통증 주사기에 결합했다. 손톱 보다 작은 이 패치에는 미세 바늘이 400개 나있다. 패치를 면역 반응이 가장 피부에 붙이면 통증 없이 백신을 인체에 주입할 수 있다. 패치는 상온에서도 효능이 있어 기존 독감 백신처럼 냉장보 관할 필요가 없다. 연구진은 “천연두 백신을 패치로 전달한 경험을 활용했다”며 “인체에 통증을 전혀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물론 연구의 한계도 있다. 연구진은 백신을 접종한 쥐를 오랜 기간 관찰하지 못했다. 또한 이번에 실험한 쥐는 사람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앞으로 사람 호흡기 세포를 갖도록 유전자 변형된 쥐로 추가 실험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 같은 방식으로 개발한 메르스 백신이 최소 1년간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효능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백신도 같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진은 현제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연구목적 신약으로 허가받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몇 개월 안에 인체 임상시험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연구진은 “임상시험은 일반적으로 1년 이상이 걸리지만 이번 같은 특수 상황에서는 임상시험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예상하기 힘들다”며 “아마도 기존 절차보다 훨씬 빨리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