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에 따른 수요 감소와 산유국 치킨게임 이후 미국 셰일 기업의 첫 파산 신청이 나왔다.

셰일 기업은 중동 산유국보다 생산비가 높아 유가 급락 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된다. 또 차입금이 많아 재무구조가 취약하다. 셰일 기업이 연쇄 파산하면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까지 한꺼번에 타격을 입어 셰일 기업발(發) 신용위기가 촉발될 위험이 있다.

미국 노스다코타주 배켄 지역의 최대 셰일 기업인 화이팅 페트롤리엄은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해 지난 1일(현지 시각) 파산을 신청했다. 셰일 붐이 일었던 2011년, 150억달러(18조4000억원)에 달했던 이 회사 시가총액은 50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또한 초대형 셰일 기업인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의 핵심 경영진인 오스카 브라운 수석부사장이 재무구조 부실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밝혔다.

유가는 1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20.31달러까지 떨어졌다. 올해 초의 3분의 1, 18년 만의 최저다. 코로나 사태로 수요가 계속 주는 데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 경쟁까지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비용이 배럴당 30~50달러인 셰일 기업들은 현재 유가에서 계속 버티는 것이 불가능하다.

셰일 기업 재무 상황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면서 주가도 급락 중이다. 미국 주요 셰일 기업인 옥시덴털, 콘티넨털 리소시스, 아파치의 지난 1일 주가는 작년 말보다 각각 75%, 88%, 86%나 하락했다. 미국의 셰일 주요 25개사 부채는 900억달러(약 110조원)에 달한다.

셰일 기업의 연쇄 파산이 특히 위험한 것은 이것이 미국과 세계 금융시장 위기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가를 비롯한 세계 금융회사들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시대에 이율이 높은 저신용등급의 회사채 투자를 늘려왔다. 미국의 저신용등급 회사채 시장은 1조5000억달러 규모이며 이 가운데 셰일·에너지 기업의 비중이 15%에 달한다.

셰일 산업이 무너질 경우, 셰일을 무기 삼아 외교·안보 지형을 바꾸고 미국 산업을 부흥시키려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백악관에서 엑손모빌, 셰브론 등 미국 대형 석유 기업 경영자들과 만나 업계 구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야기한 모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지금 막 (전화통화로) 얘기했다"며 "나는 그들이 (원유생산을) 약 1000만 배럴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또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