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바이오 기업 신라젠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측이 65억원을 투자했다는 MBC 뉴스데스크 톱뉴스가 '대형 오보 논란'에 휩싸였다. 최 전 부총리와 신라젠 측, 법조계 인사들은 "기본적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보도"라고 비판했다. MBC 내부에서도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의) 일방적 의혹 제기를 검증 없이 보도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씨는 신라젠 사건과는 별개인 7000억원대 투자 사기 혐의로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을 확정받고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인물이다. 재판 도중 옥중에서 또다시 수백억대 불법 투자를 유치한 혐의로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지난 1일 MBC 뉴스데스크는 이씨의 일방적 주장을 인용해 2014년 최 전 부총리와 그 주변 인사들이 신라젠 전환사채 65억원어치를 인수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이씨는 곽병학 당시 신라젠 사장으로부터 그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MBC는 곽 전 사장을 접촉하진 못했다고 한다. 대신 문은상 현 신라젠 대표를 접촉해 그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否認)하는 걸 반론 차원에서 보도했을 뿐이다. 한 법조인은 "사실상 취재 소스는 한 곳이었는데 그게 '사기범'이었던 셈"이라고 했다.

당사자들은 2일 일제히 반발했다. 최 전 부총리는 변호인을 통해 '난 유시민 같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입장문을 냈다. 최 전 총리 측 김병철 변호사는 "MBC는 신라젠의 법인등기부등본 등 기초 사실도 확인하지 않았다"며 "등본에 있는 전환사채 발행 내역을 갖고 곽병학 전 사장이나 문은상 현 대표에게 찾아가 어느 부분을 최 전 부총리가 인수했는지 물어봐야 했는데 단지 '전언(傳言)의 전언'을 옮겼다"고 말했다.

본지가 입수한 신라젠 법인등기부등본에는 84쪽에 걸쳐 2014년 이후 30회에 걸친 전환사채 발행 내역이 기록돼 있다. 이것만으로는 전환사채 인수자가 누군지 모르는 만큼 신라젠을 상대로 이철씨 주장의 진위를 확인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라젠 측은 2일 본지 통화에서 "최 전 부총리가 전환사채를 사들인 사실 자체가 없다"며 "문은상 대표는 MBC에서 취재 요청이 왔을 때도 '최경환을 모른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밝혔다. MBC는 최 전 부총리 관련 자금이 한모씨와 김모씨, ○○홀딩스와 ○○문화재단, ○○증권 및 금융기관 이름으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철씨 말을 그대로 보도했다. 하지만 MBC는 차명 투자 주체로 지목한 당사자들을 상대로 확인 취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인사들도 MBC 보도를 비판했다. 민변 출신의 권경애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이철 측 제보는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며 매우 신중히 다뤄야 한다"며 "1조원의 피해액을 사기 치고 사람을 유혹해 속일 수 있는 사람의 제보"라고 비판했다. 이날 MBC에서는 "이철의 일방적인 의혹 제기인데 이에 대한 검증 없이 이를 제목으로 뽑아 단독 꼭지로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내부 의견을 모으는 움직임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얼마 전부터 MBC는 아예 사회적 흉기가 되어 버린 느낌"이라며 "툭하면 권력과 한 팀이 되어 조직적으로 프레이밍(틀 짜기) 작업을 하는 게 심히 눈에 거슬린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MBC의 무리한 보도는 신라젠 사건 등 검찰의 '정권 수사'를 견제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흔들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MBC는 '최경환 신라젠 투자' 보도 전날에는 '채널A 기자가 윤 총장의 측근인 현직 검사장과 유착돼 이철씨를 상대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내놓으라고 압박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에 대해 권경애 변호사는 "이철 지인이 '20초 들은 통화 목소리는 내가 기억하는 그 검사장(윤 총장 측근)'이라는 걸로 검·언(檢言) 유착이라고 단정 짓는 외에 다른 어떤 추가적 근거도 보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