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자동차 산업의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다. 급격한 소비 침체로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판매가 급감하고, 이에 따른 수요 감소로 공장 가동 중단이 연장되는 ‘악순환 고리’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일리노이 공장 앞 야적장에 대기중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자동차들.

◇코로나에 무너진 3월

지난달 전 세계 자동차 판매 수치는 참담한 수준이다. 2일 프랑스가 발표한 지난달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2% 급감했다. 푸조시트로앵의 고급차 브랜드인 ‘DS’를 제외하고 모든 브랜드가 50% 이상 판매 급감을 겪었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이탈리아에선 판매가 86%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스페인 역시 69% 감소가 예상된다. 유럽자동차협회(ACEA)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코로나가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며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자동차 전문 사이트 ‘트루카’가 3월 판매량이 37% 감소했을 것이란 추정치를 내놨다. 미국이 유럽보다 코로나의 본격적인 확산이 열흘 정도 늦었다는 점이 반영된 수치로 보인다. 트루카는 캘리포니아·뉴욕 등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한 지역에선 최대 90%까지 줄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20만명을 넘겼다.

코로나 여파로 현대·기아차의 해외 판매도 반토막 났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한 3만5118대에 그쳤고, 인도에선 47% 급감한 3만2279대로 집계됐다. 기아차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기아차는 2017년 사드 보복 이후 중국 시장 판매가 급감하자, 북미·유럽·인도를 3대 축으로 삼고 해외 판매를 확대해 왔는데, 3대 축이 모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은 유럽 지역 판매는 50% 이상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4월 이후 전망은 더 어둡다

코로나 사태로 셧다운 된 폴크스바겐 포르투갈 리스본 공장.

문제는 이달부터다. 3월 판매 수치엔 1~2월에 생산된 재고 물량의 판매가 반영됐으나, 3월 이후 북미·유럽 지역의 공장이 가동 중단에 들어가면서 팔 수 있는 차가 없고 차를 살 사람도 없게 됐기 때문이다. 공급 부족과 소비침체의 ‘더블 쇼크’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폴크스바겐·도요타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매일 5000억원 이상 임대료 등의 고정비용을 쓰면서도, 공장 가동 중단을 연장하고 있다. 수요 감소로 차를 만들어봤자 팔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ACEA에 따르면, 코로나 여파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에 따라 유럽 지역내 자동차 생산 손실이 123만대에 달하고, 111만명의 근로자가 피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애스턴마틴·르노 등은 직원 상당수를 ‘무급 휴직’ 조치했다.

이것이 ‘악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후방 산업 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이 멈추면서, 전반적인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감소해 수요가 더 침체하고, 그 탓에 공장 가동 중단이 연장되는 ‘악순환 고리’에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