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앞두고 해외 거주 중인 재외국민 투표가 1일 시작됐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미국, 캐나다 등 주요 지역 투표소가 닫히면서 재외국민 중 절반가량은 투표 참여가 어려워졌다. 2주간 외출을 못 하는 국내 자가 격리자들도 사실상 투표를 못 할 전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일 피지 대사관을 시작으로 전 세계 66국 96개 투표소에서 오는 6일까지 재외국민 투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당초 재외국민 투표는 전체 117국 176개 공관에서 17만1959명을 대상으로 실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각국에서 선거 업무가 중단되면서 66국 96개 투표소에서 8만6040명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경우 주미 대사관, 주뉴욕·로스앤젤레스·보스턴·샌프란시스코 등 4만여명이 투표를 못 하게 됐다. 이 밖에 유럽 내 독일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 주영국 대사관, 주프랑스 대사관, 주이탈리아 대사관 등도 포함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주재국에서 선거 진행에 따른 우려를 나타내면 우리 정부와 대사관 등이 협의해 투표 여부를 결정해왔다"며 "6일까지 재외 투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투표소가 또 닫힐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1일 중국 베이징의 주중 한국 대사관에 설치된 4·15 총선 재외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해외 체류 유권자를 위한 재외국민 투표는 이날부터 6일까지 진행된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51국 86개 재외공관이 선거 사무를 중지해 4만여 명이 투표를 못 하게 됐다.

코로나 발생지인 중국에서는 우한을 제외한 9개 지역에서 투표할 수 있다.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는 이날 베이징의 주중 대한민국 대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했다. 장 대사는 "미국이나 다른 지역에 있는 재외국민들이 투표를 못 해서 안타깝지만 중국은 재외국민 투표를 할 수 있게 돼서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중국 정부 측에서는 투표에 대한 우려 등 아무런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투표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 자가 격리자 상당수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선거 날인 4월 15일을 기준으로 자가 격리 중인 유권자들은 외출할 수 없기 때문에 투표에도 참여하지 못한다. 선관위는 관계 부처 등과 자가 격리자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수차례 논의를 거듭해 왔지만 별다른 방안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 관계자는 "자가 격리자들은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투표하기 어렵다"고 했다. 1일부터 해외 입국자 전원이 2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가는 가운데 매일 입국하는 우리 국민이 6000명가량으로 추산된다. 향후 2주간 국내 자가 격리자까지 합치면 10만명 안팎이 투표를 못 할 수도 있다.

다만 지난달 28일까지 거소 투표를 사전 신청했던 경우엔 우편을 통해 미리 발송받은 투표용지로 투표할 수 있다. 또한 2주간 생활치료센터에서 생활하는 시설 격리자들은 투표가 가능하다. 큰 센터를 중심으로 사전 투표소가 설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편 투표소를 방문하는 일반 유권자는 입구에서 일대일로 발열 검사를 받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일 브리핑에서 "의심 증상을 보이는 유권자는 별도로 마련된 기표소에서 투표하고, 투표 후 선별진료소에서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를 받는다"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코로나19가 전파되지 않도록 투·개표소에 체온계, 손 소독제, 위생 장갑 등 위생 물품을 비치하고, 기표대와 기표용구 등은 소독 티슈를 이용해서 수시로 소독하기로 했다. 이는 오는 15일 선거일뿐 아니라 10~11일 사전 투표일에도 모두 적용된다.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최고의 방역이 최선의 선거 관리라는 자세로 유권자가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운영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