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과학자들의 연구도 지장을 받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실험실이 폐쇄되고 연구자들 간 교류가 막혔다. 하지만 지진학자들은 오히려 코로나 사태로 연구에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3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교통망이 끊기고 산업활동이 줄어들면서 지진파 감지에 방해되는 노이즈(잡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산업용 기계 등에서 발생하는 진동은 자연 지진처럼 지구의 지각을 흔든다. 개별적인 진동의 영향은 적을 수 있지만, 이들 노이즈가 합쳐지면 같은 주파수의 자연 지진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벨기에 왕립천문대 관측소의 지진계 자료에 따르면, 브뤼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려는 조치들로 인해 사람이 유발한 지진 노이즈가 약 3분의 1로 줄었다. 지난달 14일부터 학교, 식당과 공공시설의 문을 닫았고 18일부터는 필수적인 상황이 아니면 여행을 금지했다. 이 같은 조치 이후에 노이즈는 감소했다.

벨기에 왕립천문대의 지진학자 토머스 레코크는 “이 정도 규모의 노이즈 감소는 보통 크리스마스쯤에 잠깐밖에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이즈 감소로 지진 감지기가 노이즈와 같은 고주파 영역의 지진파도 감지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지표면의 지진계도 지하 100m에 매설한 지진계와 같은 감지능력을 갖게 됐디.

지진계

워싱턴 DC 지진학연구소의 앤디 프래세토 박사도 “앞으로 몇 달 동안 이동제한 조치가 계속될 경우 전 세계 도시에 있는 감지기가 여진의 위치를 감지하는 능력이 평소보다 향상될 것”이라며 “잡음이 사라지면 전보다 여진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지질조사국의 지질학자 에밀리 월린 박사는 모든 지진 관측소가 브뤼셀에서 관측된 것과 같은 잡음 감소 효과를 보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다수의 지진 관측 시설은 인공 잡음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나 깊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곳은 인간의 활동이 준다고 해서 탐지능력에 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