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2019년 실적 성적표를 내놨다. 전년 대비 19%나 급성장한 호(好) 성적이다. 하지만 화웨이는 올초 들어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락, 세계 순위 4위로 추락했다. 기대했던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 시장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업계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19년이 화웨이 영화의 정점이자 쇠락기의 시작을 의미하는 기점’이라는 말이 나온다.

화웨이는 31일 2019년 연차보고서를 공개했다. 매출은 8588억 위안(약 148조원), 순이익은 627억 위안(약 11조원)이었다. 매출은 2018년보다 19.1% 급등했다. 화웨이는 2000년대 초반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뒤, 20년 동안 매출 급성장세를 이어갔다. 작년에는 세계 통신장비시장 1위와 스마트폰 시장 2위로 올라섰다. 화웨이의 고위 관계자들은 2~3년 전부터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연내 조만간 삼성전자를 잡고, 세계 1위에 오르겠다”고 공언해왔다. 실제로 IT업계에선 작년에는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가 없었다면 삼성전자를 잡았을 것이란 예측도 적지 않았다.

화웨이의 에릭 쉬 순환 회장은 "외부의 엄청난 압박에도 오로지 고객가치 창출에 전념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2019년 성적은 견조했다. 아니 화려한 비상 직전의 모습이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컨슈머 비즈니스 사업부는 작년 2억4000만 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했고, 세계 2위였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이외에도 PC, 태블릿PC, 웨어러블기기 등 다양한 전자제품에서 판매 대수가 는 것으로 알려졌다. 컨슈머 비즈니스 사업부는 2018년보다 34% 증가한 매출 4673억 위안(81조)을 기록했다.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사업부는 2018년보다 8.6% 증가한 매출 897억 위안(15조)을 냈다. 캐리어 비즈니스 사업부도 전년보다 3.8% 증가한 2967억 위안(51조원)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화웨이 스마트폰 부문의 리처드 우 최고경영책임자가 신제품 폴더블폰인 메이트Xs를 공개하는 모습.

미국의 대 화웨이 제재에도 숫자상으론 전혀 밀리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연구개발 투자는 무려 22조원에 달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무려 15.3%였다.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수준은 물론이고, 세계 ‘넘버 1’의 자리를 넘볼 수준이다. 화웨이는 지난 10년간 약 10% 안팎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연구개발의 화웨이’이긴 했지만, 작년엔 더욱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화웨이 내외부에선 이미 위기음이 커지고 있다. 당장 스마트폰 판매량은 올해 연간 2억대 밑으로 추락할 전망이다. 올 2월 화웨이의 글로벌 판매량은 550만대였다. 1년전의 절반도 채 못판 셈이다. 1위인 삼성전자(1820만대)의 30% 수준이다. 경쟁 상대가 못 된 것이다. 미국 애플은커녕, 같은 중국의 샤오미보다도 밀리면 4위로 추락했다. 이는 이른바 애국 소비라는 중국 내수 판매에 목매인 결과다. 화웨이의 작년 스마트폰 판매량의 69%는 중국 내수였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 내수가 급락하면서 그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올해는 화웨이 스마트폰에 지메일이나 유튜브와 같은 구글 서비스가 사라질 전망이다. 영국의 반도체기업 ARM에서 반도체 기술 도움도 못받을 위기다. 심지어 대만 파운드리업체인 TSMC마저 화웨이와의 거래를 주저한다는 외신 보도마저 나오고 있다. 모두 미국 정부의 제재 탓이다. 미국 소프트웨어를 쓰지않는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판에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엎친데 덮친격이다.

기대하던 5G 통신 시장은 성장 정체가 예상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유럽과 미국, 일본 등지에서 5G 통신망 구축 일정이 지연될 조짐이다. 화웨이로선 고객의 투자가 감소하는 셈이다. 지연될수록 1위 화웨이와 이를 쫓는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와 기술 격차가 좁혀질 수밖에 없다. 수년간 선행 개발한 노하우의 효과가 반감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