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보건 당국은 지난 2월 500만유로(약 67억원) 규모로 터키의 한 업체에 마스크를 납품해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약속한 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마스크는 도착하지 않았다. 사기당한 것이다. 벨기에 정부는 터키 정부에 수사 협조를 의뢰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럽을 강타하는 혼란을 틈타 갖가지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약품·마스크를 팔겠다며 접근해 돈만 뜯어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경찰은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질서 유지에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있고, 그에 따라 범죄 감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탈리아에서는 마피아들이 활개 칠 조짐을 보이는 등 공공 치안 체계가 무너지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얼굴가리개·마스크 쓰고 시주받는 태국승려들 - 태국 수도 방콕에서 지난 31일 탁발승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얼굴 가리개를 쓴 채 주민들에게서 음식과 생필품을 시주받고 있다. 태국은 확진자가 늘자 지난 22일 방콕 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을 봉쇄했고, 26일에는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다. 31일 기준 태국의 확진자는 1600여 명, 사망자는 10명이다.

EU 경찰기구인 유로폴은 3월 초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90국에서 실시한 공동 조사에서 가짜 코로나 바이러스 약을 파는 인터넷 홈페이지만 약 2000개를 발견했고, 가짜 약품 400만 통을 압수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유로폴은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백신을 판다는 업체들도 있다"고 했다. 체코의 한 대학병원은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수술을 미루고 중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는 지시를 담은 악성 코드가 병원 내 전산 프로그램에서 발견돼 전체 공지가 이뤄지기 전에 간신히 제거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마피아들이 활개 치기 시작했다. 일간 라레푸블리카는 코로나 사태로 경영난에 시달리게 된 각종 기업을 마피아들이 헐값에 인수하려고 시도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동 금지령으로 집에 갇힌 마약 복용자들이 마약을 사재기하면서 마피아들의 마약 판매 매출이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났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일부 마피아는 병원에 마스크를 팔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코로나 휴관중에 사라진 80억 고흐 그림 - 네덜란드 라런의 한 미술관에서 30일(현지 시각) 도난 당한 600만유로(약 80억원) 가치의 빈센트 반 고흐 그림 '봄의 정원'.

이탈리아에서 북부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은 남부 지역에서는 식료품 가게를 약탈하는 사건이 하나둘 발생하기 시작했다. 폭동의 초기 징후가 나타난 것이다. 이동 금지령이 4주째에 접어들면서 불만이 증폭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국에서는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999 긴급 전화 응대와 출동에 경찰관을 집중 배치하기로 했다. 대신 당장 급하지 않은 절도·폭력·마약 거래 분야 수사 인력을 줄이기로 결정해 범죄가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절도와 가정 폭력도 빈발한다. 네덜란드 중부 도시 라런에 있는 한 미술관에서는 30일 최대 600만유로(약 80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도난당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배우자나 자녀를 폭행한 가정 폭력 신고가 최근 일주일 사이 32% 증가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가 집단 발병을 막기 위해 교도소 재소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것이 가정 폭력이 급증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이 보도했다.

유럽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40만명에 도달했고, 사망자는 2만5000명을 넘어섰다. 이탈리아는 30일까지 10만1739명이 감염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감염자 10만 선을 넘었다. 이탈리아의 이날 하루 감염자 증가 폭은 4050명으로, 지난 3월 18일 이후 12일 사이 최저치다. 프랑스는 30일 집계된 사망자가 418명으로 하루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스페인도 31일 사망자가 하루 만에 849명이 늘어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