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뉴욕 지하철은 평일 오후 한 칸에 한두 명 정도만 타고 있을 정도로 한산하다. 승객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하거나, 머플러로 얼굴을 가리고 일회용 비닐 장갑을 낀 채 서로 멀찍이 떨어져 앉는다. 출퇴근 시간, 주말에도 비슷하다.

뉴욕이 코로나 바이러스 온상이 되기 전까지 하루 이용객이 평균 539만명에 달한 뉴욕 지하철은 고액 연봉을 받는 월스트리트 금융맨이건 일용직 노동자건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하는 교통수단이었다. 그런 지하철 풍경이 최근 코로나로 바뀌고 있다. 지난 3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로 인해 뉴욕 지하철이 생계의 어려움을 겪거나 극빈층만 이용하는 수단이 됐다"고 보도했다.

뉴욕 브롱크스 지역 지하철역에서 출근길 전철을 기다리던 개인 간병인 욜란다 엔칸시온은 NYT에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싶지 않고, 나로 인해 가족들까지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지 않지만 먹고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미국에서 코로나 환자가 가장 많은 뉴욕주는 식료품 가게, 병원, 요양원 등 필수 업종을 제외한 모든 직종은 100% 재택근무를 하도록 하고, 외출을 금지하는 자택 대피 명령을 내린 상태다. 그 결과, 현재 뉴욕 지하철 이용률은 미국에서 첫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1월 말보다 87%나 감소했다. 아직도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개 엔칸시온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다. NYT는 "한때는 평등의 상징이었던 지하철이 이제는 안전하게 집에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이들과 빈약한 수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위험을 감수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하는 이들 사이의 빈부 차이를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고 전했다.

부유층의 '뉴욕 탈출'도 이어지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부유층의 별장이 모여 있는 뉴욕주 사우샘프턴은 지난 25일 인구가 10만명을 찍어 몇 주 만에 4만명이 늘었다. 부유층 뉴요커들이 코로나 발병률이 높은 도심을 떠나 교외로 피신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음반계 억만장자 데이비드 게펀은 지난 2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5억달러가 넘는 초호화 요트 사진과 함께 "바이러스를 피해 그레나딘(카리브해의 섬)에 고립돼 있다. 모두가 안전하길 기원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비난을 받고 게시물을 삭제했다.

경제적 취약층은 은행 계좌가 없어 온라인 쇼핑을 하기도 어렵다. 미국에선 은행 계좌를 만들기 위해 일정 수준의 잔액과 소득, 집 주소 등을 요구하는데 저소득층은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