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버라 벅스 백악관 코로나 태스크포스 조정관이 30일(현지 시각) 미국인이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정부 지침을 잘 지킨다 해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2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미국이 대규모 인명 피해를 예상하고 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는 16만명을 넘어 중국의 2배에 달했고, 사망자도 하루 500여 명이 늘어 3100명을 넘었다. 사망자 수는 2001년 9·11 테러 때 숨진 2977명보다 많다.

'외출 금지' 워싱턴DC에 등장한 배달로봇 - 미국 수도 워싱턴DC 브로드 브랜치가(街)의 식료품 매장 앞에 지난 30일(현지 시각) 바퀴 여섯 개 달린 무인 배달 로봇들이 서 있다. 로봇들은 매장에서 상품을 받아 고객의 집까지 배달한 다음 다시 매장에 돌아오길 반복한다. 미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비대면 서비스가 가능한 로봇 투입이 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벅스 조정관은 이날 미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이 전날 "10만~2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동의하느냐란 질문에 "거의 완벽하게 대응해도 그 정도 사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진행자가 "모든 것이 잘 작동해도 10만~20만명이 사망한다니 숨이 멎을 지경"이라고 하자 벅스 조정관은 "우리가 다 함께 거의 완벽하게 (대응)한다면 10만~20만의 사망자 범위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제 모두가 5명에서 50명, 500명, 5000명으로 (감염자가) 매우 빨리 늘어날 수 있음을 이해할 것으로 본다"면서 "일부 대도시 지역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요구한 연방정부의) 15일 지침을 적용하는 데 늦었다"고 했다. 뉴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코로나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강조하는 연방정부 지침을 완화해 부활절(4월 12일)에 미국 경제를 정상화하려 했지만, 파우치 소장과 벅스 조정관 등 전문가들 반대로 이를 철회했다. 대신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을 4월 말까지로 연장하고 6월까지 경제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사망자가 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본 뒤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구체적으로 어떤 보고서를 봤고, 백악관 관계자들이 무엇을 근거로 10만~20만명의 사망자를 언급하는지 명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벅스 조정관은 전날 백악관 코로나 대응 브리핑에서 코로나로 미국에서만 220만명이 숨질 수 있다는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연구진의 보고서, 현 추세라면 오는 8월까지 8만2000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워싱턴대 보건분석평가연구소(IHME)의 보고서 등을 언급하며 10여 가지 모델을 참조했다고 말했다. IHME는 최악의 경우 14만2000명까지 사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2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고 말해 임피리얼칼리지 보고서를 봤다는 것을 시사했다.

미 공영라디오 NPR은 전날 계절성 독감으로 2010년 이후 매년 미국에서 1만2000~6만1000명가량이 사망한 것을 거론하며 코로나가 특히 노인들에게 일반 독감보다 6배 이상 치명적이라고 밝혔다. 이를 감안하면 치료약이 없는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만명을 쉽게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퍼져 나가면서 미국 내 외출 금지령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미국 수도인 워싱턴DC와 이를 둘러싼 버지니아·메릴랜드주는 이날 외출 금지령을 내리고,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징역 1년 혹은 5000달러(약 62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CNN은 이날 3억2800여만명의 미국인 가운데 78%인 2억5600만명이 외출 금지령으로 집에 머물러야 한다고 집계했다. 전체 감염자의 약 40%인 6만7000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1300여 명이 사망한 뉴욕주의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기존의 의료진이 이대로는 더 버틸 수 없다"며 전국의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을 향해 "제발 뉴욕으로 와서 우리를 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