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여파로 극장 관객이 급감하면서, 온라인 영화 관람 건수가 극장 관객을 앞지르는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2012년부터 IPTV(인터넷 TV)와 케이블 방송을 통한 온라인 영화 관람 건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은 처음이다. 3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월 극장 관객은 133만명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IPTV와 케이블을 통해 '안방 관람'한 건수는 135만건에 이르렀다. 평일·주말 관객 편차를 감안해 극장 관객과 온라인 관람의 비교 기간(3월 2~22일)은 동일하게 설정했다.

극장과 온라인 관람의 '역전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 건 2월 말부터다. 2월 마지막 주(2월 24일~3월 1일) 온라인 영화 관람은 84만건인 데 비해, 극장 관객은 74만명에 그쳤다. 3월에도 온라인 영화 관람은 매주 33만~58만건인 반면, 극장 관객은 매주 32만~55만명이었다.

지난해 한국 영화 시장(2조5093억원)에서 극장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76.3%(1조9140억원)에 이른다. 반면 디지털 온라인 시장은 20.3%(5093억원) 정도다. 이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극장 관객이 온라인 영화 관람 건수의 4~5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그래픽〉.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극장 관객은 평일 관객 2만5000명, 주말 일일 관객 5만명대로 추락했다. 2004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CGV·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대형 복합 상영관)는 지난 28일부터 전체 상영관의 최대 30%를 영업 중단하고 나머지 상영관도 축소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총제작비 110억원 규모의 한국 영화 '사냥의 시간'도 한 달 가까이 극장 개봉이 연기되자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통해 선공개(4월 10일) 하기로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을 통한 '안방 관람'은 앞으로도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넷플릭스하다'의 저자인 문성길 경기콘텐츠진흥원 본부장은 "보고 싶은 영화를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청자 충성도가 올라갈 공산이 높다"고 말했다. 더불어 '극장 선개봉, 온라인 후공개'라는 현재 영화계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화 시장 분석가 김형호씨는 "그동안 한국 영화계가 극장 화제작을 통해서 온라인 시장도 더불어 성장하는 선순환을 밟았다면, 앞으로는 극장 매출 급감으로 인한 온라인 시장 정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