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엄청 떨어졌는데, 지금 사 두면 언젠가는 회복되지 않을까요?"(회사원 이모씨)

국제 유가(WTI)가 연초 대비 3분의 1토막이 난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유(油)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단기간에 대규모 폭락을 했기 때문인지, 금융회사 상담 창구는 물론,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마다 유가 진입 타이밍이 언제냐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국제 유가는 올 초만 해도 서부텍사스유(WTI) 기준 배럴당 60달러 선에 거래됐지만, 최근 장중 19달러 선에 거래되면서 2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3월 18일엔 유가가 전날보다 24% 넘게 대폭락하면서 18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가가 하락하면 하락분의 2배로 수익이 생기는 원유 곱버스 상품은 올해 241%라는 믿기 힘든 수익률을 찍으며 대박이 터졌다. 유가가 진바닥을 찍었고 조만간 반등할 것이라며 베팅하는 자금도 늘고 있다. 2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원유 등에 투자하는 원자재 펀드로는 자금 1조4600억원이 유입됐다.

◇"초장기 저유가 시대가 왔다"

세계 금융시장을 녹여 버린 유가 급락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쇼크로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석유 패권을 둘러싼 산유국의 갈등이 겹쳐지면서 발생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가 글로벌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가 꺾인 상황이어서 원유 수요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원유 재고는 2분기 초에 최대치에 도달하고 WTI 가격은 배럴당 20~35달러 내에서 움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사우디는 전통적인 점유율 확대 정책으로 돌아왔고 코로나 사태로 유동성은 경색된 상황이어서 현 시점에서 유가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2024년까지는 장기 저유가 시대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런 저유가 국면이 아주 낯선 것만은 아니다. 이미 2014년에 20달러 유가 시대를 경험했었다. 당시 사우디 석유 장관으로 20년간 장기 집권해 왔던 알 나이미는 "유가가 20달러가 되어도 감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유명한 발언을 했고, 100달러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던 유가는 주저앉기 시작했다. 지난 2014년 6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유가는 76% 하락했는데, 2016년 초엔 26달러까지 떨어졌다.

◇유린이도 관심 갖는 유(油)테크

주유소에서 휘발유 넣어본 적밖에 없는 유린이(유가+어린이 투자자를 결합한 단어)에서부터 고층 빌딩을 몇 채나 갖고 있는 거액 자산가까지 요즘 유테크는 가장 핫한 투자처다. 유가는 정치·경제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큰 폭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원유 가격 추이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해외에는 유가의 3배로 움직이는 공격적인 상품도 많지만, 국내에선 2배짜리 레버리지 상품이 최대 승부처다.

국내에서 유테크 투자자들이 가장 활발히 거래하는 투자처는 상장지수채권(ETN)이다. 증권사가 자기신용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유테크 관련 ETN 상품은 총 4종인데, 3월 기준 일평균 거래 대금은 작년 평균치 대비 660% 급증했다. 원유 ETF(상장지수펀드)도 소액으로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원유 DLS(파생결합증권)도 나쁘지 않은 대안이다. 원유 DLS는 유가가 가입 시점의 5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다. 기존 투자자들은 유가 급락으로 평가 손실이 커져서 가슴 아픈 상황이지만 신규 투자자라면 역발상 관점에서 살펴볼 만하다. 최근엔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연 9~10% 정도의 고수익 원유 DLS 상품까지 나오고 있다.

유테크 관련 상품은 롤오버 비용 때문에 실제 유가 변동폭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선물에 투자하면 매달 다음 달 선물로 재투자하게 되는데, 이때 갈아타려면 비용이 들어간다. 또 유가 반등을 노린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일부 상품은 매매 가격이 지수보다 고평가되어 거래되기도 하니 매매 시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