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저금리 환경에서 높은 배당수익률을 앞세워 고공 행진했던 글로벌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뮤추얼펀드)가 3월 들어 부진의 늪에 빠졌다. 리츠는 투자자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해서 임대 수익 등을 낸 뒤 이를 배당해주는 상품이다. 리츠를 증시에 상장해 주식처럼 사고팔게 한 것이 상장 리츠다. 그런데 코로나발 경기 위축으로 부동산 수익 악화가 예상되자, 투자자들이 대거 자금을 빼고 있는 것이다.

주가가 내린 만큼 리츠의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 매력은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실물 경기 타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배당수익률만 볼 것이 아니라 리츠가 담고 있는 부동산 종류에 따라 옥석(玉石)을 가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리츠지수 급락… 배당 삭감 우려

세계 상장 리츠들의 주가 동향을 보여주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리츠 지수는 코로나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발전한 3월 들어 폭락세를 보였다. 30일(현지 시각) 현재 글로벌 리츠 지수는 142.02로, 2월 말 184.98에서 한 달 만에 23% 급락했다. 이는 S&P500 지수의 3월 하락률(-11%)보다도 큰 것이다. 연초 이후로는 29% 떨어졌다. 이에 따라 글로벌 리츠에 투자하는 국내 18개 '글로벌 리츠 재간접 펀드'도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이 -20.66%(30일 기준 에프앤가이드 집계)로 미끄러졌다.

'호스트호텔앤드리조트' 리츠가 투자하고 있는 미국의 메리어트 마르퀴스 샌디에이고 마리나 호텔 전경. 호텔·상가 등 부동산에 투자하는 글로벌 상장 리츠의 주가는 코로나 사태 확산으로 부진에 빠져있다.

투자자들은 부동산 임대 수익 감소로 인해 배당금이 날아갈 수 있다고 우려하며 리츠를 대거 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부 리츠가 한시적으로 미국 내 매장 폐쇄를 단행했고, 이미 배당금 삭감을 발표한 숙박 리츠도 있어 '배당 컷(삭감)' 우려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에도 리츠는 일반 주식보다 크게 하락했다. 당시에도 '배당 컷'이 주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대다수 리츠가 투자자에게 배당을 덜 주고 차입금을 갚는 것을 택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도 금융 위기 때만큼 배당 삭감이 광범위하게 일어날지는 미지수다. 이 연구원은 "현재 (코로나) 위기는 부동산 부채 위험에서 야기된 2008년 금융 위기와는 본질이 다르다"며 "실물 경기 침체에 따른 직접적 피해를 입는 리츠 외에는 배당이 크게 깎일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배당수익률 높아졌지만 투자 주의

주가가 떨어졌다고 리츠의 매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각국 금리가 작년보다 더욱 낮아져 상대적으로 배당 매력이 높은 데다, 주가가 내려앉으면서 배당수익률은 되레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부 리츠는 과거만큼 배당금 규모가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배당수익률만 보고 투자하는 건 금물"이라며 "경기에 상관없이 꾸준히 임대 수익이 나오고 배당금도 늘려가는 리츠를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호텔 등 숙박용 부동산과 백화점 같은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는 여행과 소비 감소로 직격탄을 맞고 있어 위험하다. 한국투자증권 김영기 연구원은 "특히 일부 호텔·리조트 리츠는 전 세계 여행객들의 발이 묶이면서 가파른 매출 감소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며 "배당금 지급에도 위험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데이터센터와 물류 창고 리츠 등은 코로나 사태에서도 배당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언택트(비대면) 트렌드'의 수혜를 입기 때문이다. 물류 창고 리츠는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업체나 택배 회사에 물류 창고나 배송 센터를 임대하며, 데이터센터 리츠는 IT(정보 기술) 회사에 데이터 저장·처리 시설을 빌려주고 수익을 얻는다. 이 연구원은 "비대면 거래가 늘고 유동 인구가 줄어들면 대부분 부동산은 피해를 입지만, 전자상거래에 기반한 물류 부동산은 유망하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대면 업무가 활성화되며 화상회의 및 강의가 늘고 있다"며 "데이터 사용 증가로 인해 데이터센터 리츠에는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