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호 소방청장

전국의 소방관 5만6647명이 1일부터 국가직 공무원으로 신분이 전환된다. 전국 17개 시도 소속 지방직 공무원에서 군인·경찰 같은 국가직으로 바뀌는 것이다. 소방관이 국가직이 되면 지역 간 화재·구급·구조 서비스 격차가 없어져 전국적으로 고르게 개선된다. 또 강원도 산불 같은 국가 재난에 대응하는 시스템이 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소방관들은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에 속해 있다 보니 '관할구역'에 구속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실제 코앞에 있는 화재 현장이더라도 다른 시도 경계선 너머에 있다는 이유로 지원 요청을 하고 결재를 받아야 출동할 수 있었다. 소방관이 국가직 공무원이 되면 단일 통제·지휘 체계가 확립돼 이런 모습이 사라지게 된다. 다른 시도에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거리상 가까운 소방서에서 출동, 초동 대응을 하게 돼 소방 안전 서비스가 크게 향상된다. 재난이 닥쳤을 때 신속하게 역량을 모으고 일사불란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 것이다.

이번 조치로 소방관들은 사기(士氣)가 높아지고 강한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소방청은 국가직 전환에 맞춰 인력을 충원하고 지휘 시스템을 개선했다. 나 홀로 근무하는 소방대가 없어졌고 지방의 읍·면 단위까지 구급차를 배치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는 국민 보호라는 소방 본연의 임무를 마음에 새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 119 구급대는 모두 2만1000여 명의 코로나19 확진자 등을 긴급 이송했다. 내일은 또 어떤 재난 현장에 투입될지 모르는 것이 소방관의 숙명이다.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재난 대응 체계가 더 강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