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 위기는 1997년 IMF 외환 위기, 2008년 금융 위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심각하다. 수요·공급이 동시에 위축되고 금융·실물 부문이 함께 타격받는다는 점에서 이전의 경제 위기와 구별된다. 이자율 인하나 유동성 공급 확대, 세금 감면 같은 전통적 케인지언 처방으로는 실효를 보기 어렵다. 이런 조치는 단기적으로 가계·기업 부담을 일부 완화할 수 있지만 경제 활성화 및 실업률 완화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 위기의 경우 금융 부문 거품으로 촉발되었으나 국제 간 공조를 통해 상대적으로 짧은 시기에 수습됐다. 하지만 구제 금융 제공 당시 실물경제와 연관해 산업 구조 조정, 생산성 향상 등 장기적인 대응 노력을 하지 않아 이후 세계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졌다. 정부는 최근 1400만 가구에 최대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현금 뿌리기' 방안을 발표했다. 이런 방식보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영세 자영업자와 실직 위기에 놓인 저임금 근로자를 구제하고 기업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처럼 경제 위기에도 근본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7년 IMF 위기 당시 평상시 엄두조차 못 냈던 구조 조정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강화시켜 2008년 금융 위기를 다른 나라보다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 미국이 대공황에서 벗어난 뉴딜 정책의 핵심은 '구제, 부흥, 개혁(Relief, Recovery, Reform)'으로 대변되는 '제도 개혁'에 있었다. 이번 경제 위기는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더라도 경제 체질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