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득 하위 70% 가구에 코로나 재난 지원금을 100만원씩 주겠다고 하자 수혜 여부를 확인하려는 사람들의 접속 폭주로 복지부 사이트가 다운됐다. 급히 나선 기획재정부 차관은 4인 가족 경우 월소득 710만원 이하가 지급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710만원은 4인 가구 중위소득(줄 세웠을 때 딱 중간인 사람의 소득)의 150%를 의미하는 숫자다. 중위소득 150%까지를 중산층으로 본다. 정부가 중산층까지 코로나 구호금 지급 대상에 넣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다.

▶월소득 710만원이면 연봉이 8500만원에 이른다. 올해 연말정산을 한 근로자 1858만명 가운데 연봉이 8500만원 수준이면 소득 랭킹이 상위 9% 내에 든다. 중앙부처 차관보의 월소득이 700만원 수준이다. 정부 안대로라면 코로나 피해랑 아무 상관이 없고, 해고 가능성이 전무하거나, 거의 없는 고위 공무원,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도 코로나 재난 구호금을 받게 된다.

▶선진국들은 우리와 달리 저소득·취약계층을 선별, 집중 지원하는 해법을 선택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6만달러가 넘는 미국에선 연소득 7만5000달러 이하 성인에게 1200달러를 주고, 그 이상 소득자는 100달러당 5달러씩 줄어든 금액을 준다. 소득이 9만9000달러를 넘으면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다. 일본에선 소득 하위 20% 가구에만 가구당 20만~30만엔을 준다. 한두 달치 소득에 해당되는 돈이다. 지원금이 가장 후한 캐나다 경우 4개월간 최대 8000달러(약 600만원)를 주는데, 실직자나 코로나 격리 대상자로 국한하고 있다.

▶정부 설명대로 소비 촉진을 위한 것이라면 우리 정부의 선택은 틀린 답이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추가로 100만원의 소득이 생겼을 때, 하위 20% 가구는 45만원을 소비에 쓰는 반면 상위 20%는 19만원밖에 안 쓴다. 상위든 하위든 정부가 상품권을 줘도 원래 써야 할 현금 소비를 대체할 뿐 소비를 더 늘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일본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났었다.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선심성 구호금’이 나오자 여론도 들끓는다. “월 710만원 소득자한테 왜 나라에서 구호금까지 주나?” “근로자 40%는 세금 한 푼 안 내는데, 상위 30%는 그냥 세금 내는 기계냐” “소득 710만원은 100만원 받고 소득 711만원은 한 푼도 없나” “취직한 자식이 분가하면 받고, 같이 살면 못 받나” 등 논란이 이어진다. 다시 없었으면 하는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