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전 국민에게 월 60만원씩 현금을 나눠주겠다는 공약을 선관위에 제출했다.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월급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 공약을 실행하려면 전체 예산의 70%인 연간 360조원이 필요하다. 시민당은 공약이 논란을 빚자 "착오"라며 철회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정부의 포퓰리즘 행태로 볼 때 실수만으로 보이지 않는다. 돈으로 표를 사는 데 거리낌이 없는 행태가 빚은 일이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여야 정치권은 누가 더 화끈하게 돈을 뿌리느냐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기획재정부 팔을 비틀어 전체 가구의 70%인 1400만 가구에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의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 여당은 32조원 규모의 재정·금융 지원과 기업을 위한 100조원 금융 지원을 합쳐 총 141조원 규모의 정책 패키지를 추진 중이다. 그러자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총 240조원 규모의 지원책을 제시했다. 기업 금융 지원 100조원에다 기존 예산의 20%를 용도 변경해 100조원, 국민채 발행을 통해 40조원을 조성해 쓰자는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이 다시 "3차 추경"을 언급하고 나섰다. 도박판의 베팅 경쟁과 다를 바 없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은 과감하게, 그리고 선제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그러나 효과도 적은 곳에 방만하게 사용해도 될 만큼 재정이 무한정한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 20조원이던 적자 국채 발행액이 올해는 약 80조원으로 4배로 늘었다. 국가 부채비율은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40%를 돌파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과거 여러 차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최후의 무기가 '건전 재정'이었는데 그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처럼 기축통화를 갖지 못한 개방경제 국가에서 정부 재정마저 부실화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벌써부터 재정 악화에 따른 국가 신용도 하락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 충격에 따른 경제 위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미국 백악관은 "거의 완벽하게 대응해도 코로나 사망자가 10만~20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충격적이다. 미국의 2분기 실업률은 32%로 올라가 1930년대 대공황(25%)을 능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중국도 수출산업 근로자 6000만명 중 18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 한다. 미·중이 동반 침체하면 이 나라들에 대한 교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어떻게 되겠는가.

국가 경제가 붕괴하지 않으려면 장기전을 각오하고 버틸 수 있는 대응책을 써야 한다. 장기전에 대비해 재정 실탄을 비롯한 정책 수단들을 최대한 아끼고 비축해놓아야 한다. 돈을 쓰더라도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인 저소득 취약 계층과 영세 상공인, 기업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집중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우선순위는 전혀 따지지 않고 나라 곳간을 탈탈 털고 수십조원 빚까지 내가며 현금을 꽂아주겠다며 매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거만 이기면 그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