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당나라 역사는 태종(太宗)이 최전성기로 끌어올리자마자 바로 다음 임금 고종(高宗)에서 급락하고 결국 그의 황후, 즉 측천무후 시대로 이어진다. 그 흥망의 갈림길에 이의부(李義府)라는 탐욕형 간신이 있다. 그는 고종이 태자일 때 태자 사인(舍人), 일종의 심부름 담당이었다. ‘신당서(新唐書)’ 간신열전은 이의부란 인물에 대해 “태자에게 아첨으로 섬기면서도 겉으로는 강직한 사람처럼 꾸몄다”고 평했다.

태종의 신임을 받았던 명신 장손무기(長孫無忌)는 고종이 즉위한 뒤 이의부의 심사를 꿰뚫어보고 그를 고종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지방 한직으로 내쫓으려 했다. 위기에 내몰린 이의부는 승부수를 던졌다. 당시 무소의(武昭儀·훗날의 측천)가 한창 고종의 총애를 받고 있을 때였다. 고종은 그를 새 황후로 삼고 싶어 했으나 장손무기 등 재상들의 비판이 두려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의부는 몰래 황제에게 지금의 황후를 폐출하고 무소의를 황후로 삼아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마침내 무소의가 황후가 되자 이의부는 재상에 해당하는 중서시랑에 올랐다. 그는 또 다른 간신 허경종(許敬宗)과 결탁해 충직한 대신들을 대거 축출했다. 간신열전이 묘사하는 이의부의 한 단면이다.

"이의부는 외양은 유순하고 공손하여 타인과 이야기할 때에 기쁜 낯빛으로 미소를 지었지만 음험하고 잔인하며 속 좁고 시기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있었다. 자기의 뜻을 거스르는 자들은 모두 남몰래 해치니 당시 사람들이 소중유도(笑中有刀)라고 했다. 웃음 속에 칼이 들어 있다는 말이다. 또 부드러워 보이면서도 남을 해치니 인묘(人猫)라고도 불렀다. 인간 고양이라는 말이다."

뒤에 재상이 돼 인사권을 장악하고서 처자식까지 나서 매관매직을 일삼던 그는 결국 탄핵을 받고 유배돼 울분 속에 죽었다. 역사의 흐름을 그르친 자의 최후치고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