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가 '추락 천사'의 출현에 벌벌 떨고 있다. 추락 천사(fallen angel)란 회사채 신용등급이 투자 적격 등급에서 투기 등급(정크 본드)으로 떨어진 회사를 말한다. 한때 신뢰받았던 기업들이 도산을 걱정해야 할 수준으로 망가졌다는 의미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5일 자동차 회사 포드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로 낮췄다. 투자등급 하단에서 투기등급으로 강등한 것이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가 설립한 포드는 한때 세계를 호령한 대표적 미국 자동차 기업이다. 포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추락 천사로 꼽힌다.

그 외에도 케첩 등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규모 포장 식품 회사 크래프트 하인즈, 미국 최대 석유 회사 중 하나인 옥시덴탈 페트롤리움, 미국 주요 항공사 델타항공, 미국 주요 백화점 메이시스 등 굴지의 기업들이 줄줄이 추락 천사가 되고 있다. 지난 2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S&P가 신용등급을 떨어뜨린 기업 수는 280곳에 달한다. 무디스 역시 180여 회사의 신용등급을 강등시켰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는 이렇게 빠르게 기업 신용도가 하락한 적은 없다"고 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JP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IB)은 미국 회사채 시장에서 2000억달러 이상의 회사채가 투기등급으로 전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1조달러 규모로 불어날 수 있다는 전망(구겐하임 파트너스)까지 제기될 정도다. 미국 전체 회사채 시장(약 9조달러)의 10%가 넘는다.

이로 인해 전체 회사채 시장이 뒤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상 투자등급 회사채가 투기등급이 되면 대규모 투매가 벌어진다. 주요 기관투자자는 내규 등에 따라 투기등급 회사채에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사채 금리가 폭등(채권 가격 급락)하면, 기업들이 '돈맥경화'에 시달려 연쇄 도산할 우려가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회사채를 사주기로 했지만 매입 대상은 투자등급 회사채로 제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