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

최근 해외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급증하는 가운데 정부가 재차 입국 금지 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전체 해외유입 환자의 90%가 우리 국민인 점을 감안하면 당장 입국금지 같은 극단적 조치를 채택하는 데는 제약이 따른다”며 사실상 입국 금지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내국인 입국자가 많은 상황이라 입국 금지를 채택하기 어렵다는 기존 정부 입장을 바꿀 수 없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외국인 입국금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곡해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 확산 초기부터 감염병 전문가들은 “중국 등 코로나가 확산하는 국가나 지역을 최근 2주 새 방문한 외국인에 대해 입국 금지·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날(26일)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라도 외국인 입국 금지를 해주길 바란다”고 정부에 호소했다. 이 가운데 정부가 “입국자 중 내국인이 많아 입국금지를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건 동문서답을 반복하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늘(27일)부터 미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이 강화하면서 유증상자나 단기 체류 외국인은 공항에서 바로 진단 검사를 받고, 무증상 입국자는 2주간 의무적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된다. 이에 따라 향후 해외발 자가격리자가 매일 3000~4000명씩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정 총리는 “국내에서 감염된 신규환자 확진은 비교적 안정적 수준으로 줄었지만, 해외유입 확진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해외에서 들어오는 위험 관리가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유입이 지역사회로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의무적 자가격리를 골격으로 하는 현재의 체계가 철저하게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전날 자가격리 위반은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각 지자체의 해외입국자 관리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정 총리는 “현장에서 자가격리 입국자를 관리하는 지자체의 역할이 막중하다”며 “특히 전체 입국자 70% 이상이 주소를 둔 수도권에서의 성공적 관리 여부가 전체 싸움의 승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각 지자체는 비상한 각오로 해외 입국자를 관리하고 관계부처는 지자체가 요구하는 정보와 자원을 적시에 제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라”고 방역 당국과 지자체에 지시했다.

정부는 국민들이 일상생활을 재개하면서도 방역을 병행하는 ‘코로나 연착륙’ 계획을 이번 주내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 내달 5일 끝나면 국민들이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동시에 코로나 확산을 막는 ‘플랜B’ 방역을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정 총리는 “아직 4월 6일 개학이 가능할지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개학 이후의 ‘새로운 일상’은 지금부터 준비해나가야 한다”면서 “코로나 전파위험을 낮추면서도 경제활동과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유연하고 지속 가능한 새로운 생활방역 지침을 이번 주 안으로 교육·문화·여가·노동·종교·외식 등 분야별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