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를 먹이로 하는 천산갑. 비늘이 중국에서 약재로 쓰이고 고기 요리도 인기가 많아 멸종위기동물이지만 많이 밀수된다.

중국으로 밀수된 천산갑에서 전 세계에 퍼진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그동안 천산갑은 박쥐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감염 경로의 중간숙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천산갑이 바이러스를 얻은 경로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최종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홍콩대의 이 관 교수 연구진은 26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말레이시아에서 중국으로 밀수된 천산갑에서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이 있는 두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천산갑은 개미를 잡아먹는 동물로 멸종위기종이지만 중국에서는 불법매매되는 경우가 많다. 고기 요리를 진미(珍味)로 즐기고 중국 전통 의학에서도 천산갑의 비늘을 약재로 쓰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천산갑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옮긴 중간 숙주라고 추정했다. 2003년 창궐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도 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각각 사향고양이와 낙타를 거쳐 인간에게 감염됐다.

이번 연구진은 중국 남부 지역의 밀수 단속에서 적발된 천산갑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확인했다. 한 바이러스는 코로나 감염 환자에서 발견되는 바이러스와 돌기 유전자가 거의 일치했다.

앞서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 과학자들은 지난달 3일 우한 코로나가 윈난성(雲南省)의 한 동굴에서 발견된 박쥐에서 유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달라붙을 때 쓰는 돌기 단백질의 유잔자가 차이를 보였다. 반면 중국 화난(華南)농업대 연구진은 지난달 7일 중국에 밀수된 천산갑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추출해 우한 코로나 환자의 바이러스와 비교했더나 두 바이러스는 돌기 단백질 유전자가 99%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과학자들은 관박쥐에서 유래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천산갑을 거쳐 사람으로 옮겨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그럼에도 이 관 교수 연구진은 천산갑이 원산지인 동남아시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아니면 중국에 밀수된 후 유통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생동물 불법 거래가 코로나 확산을 부치기는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논문 제1저자인 토미 램 박사는 이날 영국 BBC방송에 “천산갑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중간 숙주인지는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동물의 질병이 인간에 감염되는 일을 막기 위해 이 동물의 밀거래를 강력하게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카디프대가 운영하는 말레이시아 다나우 지랑 야생동물 연구소의 엘리자 판장 박사도 “이번이 국제사회가 각국 정부에 압력을 행사해 불법적인 야생동물 거래를 근절시킬 때”라고 말했다. 중국은 코로나 사태 후 야생동물 소비를 금지시켰으며, 베트남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