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의료진 감염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 감염 실태를 고발한 중국 의사 리원량과 환자 치료의 중심지였던 우한 우창병원장인 류즈밍이 코로나로 사망했다. 중국의 대안은 로봇이었다. 병원 소독과 약품 배달은 물론 환자 안내, 검사 분야까지 로봇을 투입했다.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 의료로봇연구소장인 양광중 교수 등 로봇 분야 석학들은 25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코로나 사태가 의료 현장에 로봇이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과거처럼 반짝 관심에 그치면 준비 안 된 채 당한 이번 팬데믹처럼 앞으로도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청진기 단 로봇이 환자 진료

석학들은 먼저 2015년 에볼라 발생 때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국과 미국과학재단이 공동 개최한 워크숍을 언급했다. 당시 로봇 과학자들은 로봇이 의료를 혁신할 세 가지 분야를 제시했다. 원격의료와 소독 등 환자 치료, 약품·식품 배달과 오염물 처리와 같은 물류, 자가 격리자에 대한 모니터링이다.

미국 워싱턴주에 위치한 '프로비던스 메디컬 센터' 의료진은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30대 환자를 대상으로 로봇 진료를 시범 실시했다. 프로비던스 메디컬 센터의 감염병 부서 조지 디아즈 박사는 "청진기를 갖춘 로봇이 의사를 도와 환자의 몸 상태를 점검하고, 대형 스크린을 통해 환자와 소통했다"고 말했다.

중국 우한 우창병원에서 로봇만으로 운영되는 코로나 환자 병동이 등장했다. 로봇이 환자를 맡고 약품을 전달한다. 환자는 로봇을 통해 외부 의료진과 대화한다(큰 사진). 달탐사 로봇에 들어간 로봇팔을 이용한 코로나 검사 로봇(오른쪽 위)과 자외선으로 병실을 소독하는 자율주행 로봇(오른쪽 아래).

덴마크 회사인 UVD 로봇은 병원에서 자외선으로 수술 도구를 소독하는 데 착안해 자외선 빛을 비춰 병실을 소독하는 이동형 로봇을 개발했다. 자율주행하는 이 로봇은 지난달부터 중국으로 수출돼 수백 대가 각지 병원에서 자외선으로 병실을 소독하고 있다.

중국 병원은 세 분야에 로봇을 투입했다. 중국 광저우시 광둥성인민병원은 지난달 29일 중국 최초로 서비스 로봇인 '핑핑(平平)'과 '안안(安安)'을 감염병 진료 부서의 격리 병동에 투입했다. 로봇은 격리된 코로나 감염 환자들에게 약품을 전달하고 침대 시트를 수거했다. 항저우의 한 호텔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호텔에 격리된 승객에게 로봇을 이용해 음식과 물을 배달했다. 로봇은 격리된 손님에게 노래를 들려주기도 했다.

중국 우한의 우창병원은 지난 7일 약 200명의 코로나 감염 초기 환자를 로봇으로만 운영되는 병동에 입원시켰다. 우한의 한 스포츠센터를 개조한 이 병원에서 로봇은 병동 안을 돌아다니며 환자들에게 음식과 음료, 약품을 전달하고 병동 내부를 청소한다.

달 탐사 로봇팔로 검체 채취

코로나 감염 의심 환자를 가려내는 일도 로봇이 맡을 전망이다. 지금은 의료진이 환자의 코나 입에 면봉을 넣고 검체를 채취하는데 이 과정에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중국 칭화대 연구진은 달 탐사 로봇과 우주정거장 로봇에 이용될 로봇팔 기술을 이용해 원격 환자 진단 로봇을 개발했다. 지난주 우한협화병원에서 시범 사용되고 있다. 로봇은 바퀴가 달린 몸통에 팔이 달린 형태로 환자의 입에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하고 초음파로 내부 장기 진단도 가능하다. 의료진은 로봇을 원격 조종할 수 있다.

석학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장·사무실·학교가 문을 닫고 재택근무와 원격학습이 크게 늘면서 이들을 지원하는 로봇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고 전망한다. 산업용 로봇에 적용된 원격 조종 기술과 로봇 아바타(분신)를 이용한 원격회의 등이 대표적이다. 격리된 환자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대화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소셜로봇도 중요하다고 석학들은 강조했다.

로봇은 산업 현장의 '지루하고(dull)' '더러우며(dirty)' '위험한(dangerous)' 작업 등 이른바 3D 분야에 먼저 적용됐다. 과학자들은 감염병과 싸우는 현장도 3D 작업이 많다고 본다. 이 점에서 로봇이 코로나와 전쟁에서 활용될 분야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석학들은 "과거 에볼라 사태처럼 지속가능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초반에만 반짝하고 이후 흐지부지되는 역사가 되풀이되고, 다음번 감염병 사태가 발생하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