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아침에 일어나 가족들과 선물을 주고받고, 느긋하게 브런치를 먹은 다음 텔레비전 앞에 모여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6차전을 본다면 어떨까."

미 LA타임스가 26일 "올해 크리스마스에 월드시리즈가 열릴 수도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을 비롯해 게릿 콜(30·뉴욕 양키스) 등 MLB 최고 스타들의 연봉 협상을 담당하는 수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68)다. 그는 "6월 1일부터 리그를 시작해 예년처럼 팀당 162경기를 소화하거나, 7월 1일 개막해 팀당 144경기를 하는 방안을 MLB 사무국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올해 산타 선물은 월드시리즈?

보라스의 계획에 따르면 와일드카드 결정전, 디비전·챔피언십·월드시리즈 등 포스트시즌은 12월 3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다. 한겨울에 어떻게 경기를 할 수 있을까. 그는 "기후 연구를 했는데, 남부 캘리포니아 12월 기온이 미국 내 대부분 도시의 3월 말~4월 초 기온보다 높다"며 "12월 포스트시즌은 8개 돔구장과 남부 캘리포니아에 있는 3개 구장에서 치르면 된다"고 했다. 또 7월부터 정규 시즌을 치를 경우 팀당 최소 12차례 더블헤더 경기를 해야 하는데,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로스터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막경기 준비했는데… - 26일 드론으로 촬영한 미국 미시간주 코메리카 파크 전경. 오는 31일 홈팀인 미 프로야구(MLB) 디트로이트가 캔자스시티를 이곳으로 불러들여 맞붙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MLB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13일 개막 연기를 선언하며 구장은 텅 빈 채로 남았다.

현재 MLB에선 팀당 162경기를 치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목소리가 크다. 81경기만 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그런데 보라스의 계획은 될 수 있으면 많은 경기를 하자는 것이다. 이유는 그의 고객에게 있다. 선수들 입장에선 많이 출전할수록 연봉을 제대로 받을 수 있고, FA(자유계약)에도 유리해진다. 보라스는 "팀당 162경기에 겨울 포스트시즌까지 소화한다면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와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LA타임스는 보라스의 계획에 세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①10~11월에 시즌을 진행하기에는 악천후가 많고, ②코로나로 생계가 어려운 팬들이 겨울에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어렵고, ③12월까지 포스트시즌을 치르면 내년 시즌도 최소 4월 중순으로 미뤄야 한다는 것이다.

◇7이닝 더블헤더도 하자고?

MLB는 코로나 여파로 지금까지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걷는 중이다. 리그가 정상 운영될 땐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 ESPN은 26일 로스 앳킨스(47) 토론토 블루제이스 단장이 '7이닝 더블헤더'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시즌 일정 단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투수들의 피로도를 줄이며 최대한 많은 경기를 치르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미 대학야구와 마이너리그에선 실제 7이닝 더블헤더 경기를 한다. 롭 맨프레드(62) MLB 커미셔너도 이날 ESPN 인터뷰에서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9이닝 제도도 변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묘책'이 나올지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MLB 사무국과 선수 노조가 곧 리그 운영 방안에 합의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 합의에서 그간 MLB 안팎에서 오가던 내용 중 일부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 USA투데이에 따르면, 더블헤더 포함 팀당 최소 100경기 이상 치러 10월까지 정규 시즌을 마무리하고, 11월 말 월드시리즈를 끝내는 일정이 유력하다. 정규 시즌 축소로 줄어든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포스트시즌 출전 팀을 늘리는 것도 논의 중이다.

USA투데이는 올 시즌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인 선수들의 '서비스 타임'도 어느 정도 합의가 됐다고 전했다. 올 시즌 경기 수가 적어져도 모든 경기에 출전하면, 예년 162경기를 소화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