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가 26일 신종 코로나 사태 경제대책으로 모든 시민에게 재난기본소득 25만원 지급을 발표했다. 이미 경기도가 전체 도민에게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10만원에다 이천시 자체 재원으로 15만원을 더 보탠다. 1인당 25만원은 모든 주민에게 지급하는 ‘보편적 재난기본소득’ 가운데 가장 금액이 많다.

이천시는 주민 21만명에게 약 324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재원은 사실상 이천시에 있는 SK하이닉스가 납부한 세금에서 나온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납부한 법인소득세가 당초 이천시가 예산에 편성했던 세수보다 많았던 덕분에 일부를 쓰지 못하고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엄태준 이천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심각하고 시민들의 고통이 매우 큰 상황이기 때문에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긴급 재정지원을 하게 됐다”며 “모든 시민에게 1인당 15만원씩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엄태준 이천시장(가운데)이 26일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 10만원에 추가로 1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천시의 재난기본소득 15만원 추가 지급은 경기도와 같은 방식으로 하게 된다. 26일 0시 기준으로 이천시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주민이 대상이다. 4월에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원확인을 거쳐 지급한다. 또 3개월 아내에 사용해야 하는 지역화폐로 지급할 방침이다. 1인당 25만원, 4인 가족 기준으로는 100만원이 지급되는 셈이다.

이천시는 특히 경기도나 이미 추가 재난기본소득을 발표한 여주시, 광명시 등과 달리 필요한 재원은 전액 세계잉여금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세계잉여금은 지난해 예산에서 집행하지 못해 남았거나 세수 등이 당초 예산안을 초과했을 경우 발생한다. 경기도·여주·광명 등은 적립해 둔 재난관리기금·재해구호기금을 헐거나 다른 기금에서 차입하기 때문에 사실상 채무 성격의 자금을 투입한다.

특히 이천시가 재난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는 세계잉여금은 SK하이닉스가 작년에 납부한 지방세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천시는 관내에 있는 대기업 덕분에 다른 자치단체와 달리 선심을 쓸 수 있게 됐다. 엄 시장은 “이천은 상대적으로 재정 운용에 여유가 있어 순세계잉여금만으로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재난관리기금은 차후에 필요할 경우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천시가 거둬들이는 전체 법인지방소득세의 89%, 전체 지방세 세입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에는 법인소득세만 약 3200억원을 이천시에 냈다. 이천시 관계자는 “현재 작년 예산에 대한 결산이 진행중인데 약 500억원의 잉여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SK하이닉스 덕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