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 대박 신화 일궈낸 서혜진 TV조선 예능국장

시청률 35.7%로 예능 프로그램의 새 역사를 쓴 ‘내일은 미스터트롯’. 종합편성채널은 물론이고 지상파에서도 10년 가까이 기록하지 못한 숫자다. 전국에 트로트 열풍을 몰고 온 이 방송 이후 출연자들은 그야말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공중파를 비롯해 각종 프로그램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이들이 부른 노래가 각종 음원 차트 상위권에 자리잡았다.

‘국민예능’으로 자리잡으며 치솟은 인기만큼 넘겨야할 위기가 많았다. 결승전이 열린 지난 12일엔 시청자 문자투표가 무려 773만 1781건 몰리면서 업체가 새벽까지 집계를 마치지 못했다. 결국 최종 결과 발표를 다음날로 연기했다. “제작진이 일부 출연자를 편애한다”는 원성도 있었다. TV조선 서혜진 예능국장이 프로그램 소회와 함께 여러 논란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혔다.

―시청률 25.7%였을 때 "매주 기록을 깨는 게 목표"라고 했다. 35% 넘는 시청률 예상했나?
"'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넘어서 다행이다. 결승전에서 발표까지 마쳤더라면 조금 더 높게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일에 발표를 못 해서 아쉬울 뿐."

―생방송 문자투표가 얼마나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나. 준비가 부족했던 것 아닌가.
"시청률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기본 500만콜, 최대 1000만콜까지 들어올 수 있다고 예상하고 준비를 철저히 했다. 문자투표를 집계하는 업체는 국내에 딱 한 곳이다. 1000만표를 처리할 수 있는 서버를 갖췄다고 했다. 방송 당일 집계가 늦어지면서 '시간을 좀 끌어야 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데이터가 아예 안 나올 거라는 생각까지는 못 했다. 업체에선 "'다 가능하다. 늦어지는 원인을 찾고 있다. 결과를 한 번에 큰 서버에 넣었다 빼서 알려줄테니 안심하라"고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안 됐다. 서버 문제는 아니었고, 프로그램상의 문제였다. 솔직한 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무효표가 굉장히 많았다.
"이렇게 다양한 문자가 쏟아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문자투표 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편지 형식의 응원 문자를 보내주신 시청자들이 많았다. 한 문자에 중복으로 투표해주신 분들도 있었다. 다양한 형태의 문자메시지가 쏟아지면서 처리에 더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시청자들 성원을 무효표로 처리할 수밖에 없어 아쉬웠지만, 인터넷에선 또 그런 내용이 웃음 코드로 재미있게 소비되더라."

―3주간 진행된 대국민응원투표가 너무 적은 비율로 반영됐다는 원성도 나왔다.
"인기투표만으로 1등이 정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실력에 대한 평가도 중요한데, 대국민응원투표를 큰 비율로 반영하면 국민 응원 못 받은 사람과 많이 받은 사람이 100점 이상 차이나게 된다. 공정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준결승전 끝나고 출연자 한 명 한 명 안아주는 모습 인상깊었다.
"그 친구들과 제가 사실 평소에 접점이 전혀 없다. 편집할 때 영상으로나 봤지. '국장이 누구를 더 챙긴다더라'는 이상한 소문이 나올 수 있어서다. 그러나 정말 애정을 가지고 지켜봤던 친구들이라, 탈락할 때도 예의를 다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선을 다해서 보내주고 싶었다."

―특별히 맘에 드는 'PD 픽'은 없었던 건가. '장민호 픽'이라는 설이 있던데.
"저도 대국민 응원투표는 계속 했다. 제가 처음에 장민호씨를 좋아하긴 했다(웃음). 하지만 매 방송마다 바뀌었다. 누구 하나만 특별히 응원하지 않았다."

―방영 중 인터뷰에서 '퍼포먼스'와 '에너지' '트롯의 매력'이 인기 요인이라고 했다. 지금은 시청률 '35%'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이게 뭐라고 이렇게 죽을 힘을 다해? 이렇게까지 노력해?' 이런 생각을 하며 시청자들이 감동받았다고. 태어나서 몸을 한 번도 안 써본 친구들이 죽을 힘을 다해 춤을 추고, 평생 혼자 노래하던 사람들이 그룹으로 노래하고. 새로운 모습에 끝없이 도전하는 모습이 감동을 준 거 같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지만 경쟁보다는 서로를 아껴주고 격려하는 모습도 시청자들을 기분좋게 했을 것이다. 요즘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정' '공존' '협력' 이런 가치들도 보여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 하나. 누군가를 안다고 생각하면 권태로워진다. 시청자들이 전혀 모르는 얼굴, 새로운 출연자들을 발굴해낸 것도 비결이었다고 본다."

―코로나 사태로 현장 투표를 못 하게 되어 혼선도 많았을 것 같다.
"현장투표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문자투표로 바꾸는 과정에서 고민 많았다. 현장의 정확한 판단도 중요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문자투표가 나았다는 생각도 든다. 시청자들이 우승자를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는 만족감도 드리고, 화제도 많이 됐다. 큰 파도를 잘 헤쳐 나왔다고 생각한다."

―결승에서 7명이나 남기는 오디션 프로그램 없었다.
"모두 실력이 너무 좋아서 차마 떨어뜨릴 수 없었다. '여기서 누구를 뽑고 누구를 떨어뜨려' 이런 생각하는 시청자들 많았을 것이다. 그 마음이 우리 마음이었다. 올라올 만해서 올라온 것인데, 저희가 굳이 숫자를 조정할 필요 없겠다고 생각했다."

―작가가 SNS에 한 출연자를 가리켜 '내새끼'라 표현해 편애한다는 논란도 있었다.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 작가에겐 '미스트롯'때부터 그때까지 맡았던 모든 참가자들이 #내새끼 였다. SNS에도 그렇게 썼다. 작가들은 프로그램 시작부터 출연자들 한 명 한 명을 맡아 담당한다. 자신이 맡은 출연자가 떨어질 때마다 작가들이 정말 많이 운다. 마음을 다해 애정을 가지고 챙겨준 덕분에 참가자들도 힘을 내서 최선을 다하고 멋진 무대를 펼쳤다고 생각한다. 작가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가장 좋았던 무대 하나를 꼽자면?
"세 개를 꼽고 싶다. 먼저 '패밀리가 떴다' 팀의 정동원. 노래가 끝나고 천진한 얼굴로 관객을 바라보는 정동원만의 눈빛이 있다. 이 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순수한 아이의 눈빛이, 이런 아이들이 우리의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정동원과 장민호가 함께 부른 파트너도 인상적이었다. 경쟁은 하되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 돕는 모습, 또 그걸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발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임영웅씨의 마지막 노래 '배신자' 무대도 기억에 남는다. '얄밉게 떠난 님아' 첫 소절에서 전율했다. '공기 반 소리 반' 대단했다."

―무대를 정말 열심히 해서 기억에 남았던 참가자가 있나.
"모두가 열심히 했다. 지금 기억에 남는 건 장민호씨. 처음엔 탁성이 있어서 고민을 했다더라. 노래를 '세게' 하는 게 잘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야기하듯' '읊조리듯' 하는 노래에 사람들이 감동하는 걸 느꼈다면서. '상사화' 때 힘을 완전히 빼고 부르는 걸 들으며 "정말 칼 갈고 나왔구나" 싶었다. 또 한명은 임영웅. 나이가 저보다 어리지만 '리스펙' 할 정도로 맹렬히 노력하지 않은 무대가 없었다. 중간에 지치는 이들도 많은데 전혀 지치지 않는 모습이 구도자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미스터트롯의 가장 큰 업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트로트라는 장르는 힙합이나 아이돌 음악과 다르게 사업적으로 선진화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소외됐다. 대규모 공연이나 페스티벌, 해외 진출 등은 그래서 꿈도 못 꿨던 거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이후 트로트 음악이 체계적인 시장으로 당당히 나왔다. 그게 저희 프로의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숨겨진 명곡도 많이 발견했다.
"명곡을 많이 발굴하려고 노력했다. '미스트롯' 때 나왔던 곡도 최대한 쓰지 않았다. 작가들이 새로운 무대를 위해 정말 열심히 찾아냈다. 편곡도 대단했다. 기존의 곡들도 요즘 트랜드에 맞게 '맞춤정장'처럼 만들어냈다."

―보도자료에서 참가자 김호중의 얼굴이 빠지면서 '왕따설'까지 불거졌다.
"홍보를 담당하는 외주 회사에서 그런 자료를 담당한다. 실수로 빠진 사실을 알고 수정 후 다시 배포했다. 시간차를 두고 수정본이 올라간 상황. 왕따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다. 누군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프로그램 방영 도중 출연자의 과거 '음반 사재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TV조선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이야기다. 소속사 측에서 따로 입장을 낼 것으로 안다. 그 입장을 참고하시면 된다."

―향후 트로트 프로그램 계획이 있나.
"트로트 오디션이 더 이어질 것 같다. '미스트롯'일지, '미스터트롯'일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빠르면 다음달부터 준비를 시작할 것이다. 첫번째 시즌보다 업그레이드 된 쇼를 보여드리고 싶다. 탑7과 미스터트롯의 다른 참가자들이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후속 프로그램들도 준비 중이다. 일단 '사랑의 콜센터'가 먼저 런칭한다. 최종 7인은 계속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