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 공장을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가동 중단한다고 25일 밝혔다. 북미 현지 자동차 소비가 코로나 감염증 탓에 급격히 위축되면서, 더 이상 생산을 계속하다가는 재고만 떠안게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조지아공장을 포함,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가동 중단된 해외 현대·기아차 생산기지는 7곳에 달한다. 전체 생산기지(12곳)의 절반을 넘겼다. 현대·기아차 주가도 각각 10년쯤 전으로 회귀했다. 직원들 사이에선 "코로나 탓에 현대·기아차의 화려했던 지난 10년이 통째로 지워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살아남은 해외 생산기지 5곳…10년 전 수준

현대·기아차 해외 생산기지 12곳 중 코로나 사태로 가동을 멈춘 곳은 현대차가 4곳(미국·체코·브라질·인도), 기아차가 3곳(미국·슬로바키아·인도)이다. 국내 공장을 포함한 현대·기아차 공장의 전체 연간 생산능력은 총 932만대인데, 현재 가동 중인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만 놓고 보면 677만대에 그친다. 2011년(641만대)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공장(270만대) 가동률이 지난해엔 35% 남짓이었고, 올 초엔 코로나 사태로 거의 생산을 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현대·기아차 공장 절반 이상이 놀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 주가는 25일 8만4500원에 마감했다. 7만~8만원대를 오가던 2009년 7월 이후 10년 7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 기아차 주가도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후퇴했다. 코로나 확산 전까지만 해도 현대·기아차의 올해 성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가 많았다. 주요 신차가 줄지어 나오면서 '신차 효과'를 누리고, 해외에서 품질·디자인 등을 인정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게 꼬였다. 지난달엔 국내 공장을 멈췄고, 이달엔 해외 생산기지가 마비됐다. 4~5월엔 수요 감소 직격탄을 맞게 될 전망이다. 올 상반기가 통째로 '코로나 덫'에 걸린 셈이다.

중국자동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수요는 이달 들어 2월 대비 조금 회복됐지만, 현대·기아차는 여전히 힘을 못 쓰고 있다. 그나마 지난달 현대차가 역대 최대 월 판매 기록(5만3013대)을 세웠던 미국시장이 희망이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실업 우려'에 휩싸인 소비자들이 차 구매를 중단하는 추세다. 유럽도 딜러숍들이 문을 닫으면서 차 판매가 급감할 전망이다.

초강수 마케팅·노사 화합으로 '성장의 봄' 맞아야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올 상반기는 코로나로 인한 '시계(視界) 제로(0)' 상태"라며 "수익성 높은 SUV가 잘 팔리는 미국·유럽 시장에서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현대차그룹 미래가 달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코로나 실직 고객할부금 면제' '보증서비스 기간 연장' 등의 마케팅을 앞세워 침체한 시장 수요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금융 위기 직후였던 2009년에도 미국에서 '신차 구입 후 1년 내 실직 시 차값 환불'이란 강수를 둬 성장세를 기록한 바 있다.

국내에선 노사 화합을 통해 생산량을 늘려, 내수 시장 판매를 확대하고 해외 물량도 일부 공급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재택근무를 축소하고, 유연근무제로 복귀하며 임직원들에게 '위기에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최근 사내 메일을 통해 "극심한 위기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임직원의 집중과 몰입이 간절하게 필요하다"며 "마음과 뜻을 한데 모으면 곧 성장이란 봄이 찾아오지 않겠느냐"고 했다.